금융권 연체자 18만명 늘었다

6개월새 20%나 급증, 카드 연체율 심상찮아 금융시장 새 뇌관 우려


올 들어 금융권 연체자가 전년보다 18만명, 비율로는 20%나 급증하면서 가계 대출에 이은 금융시장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카드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늘렸던 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까지 연체로 돌아오면서 이들의 건전성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융기관 연체자 수는 109만8,878명으로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91만9,570명보다 18만명 가까이 늘어 20%가량 증가했다.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어들던 연체자가 처음으로 증가세로 반전된 것이다. 일부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아졌다. 우리은행의 경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이 0.6%로 최고조에 달했다가 지난해 말 0.47%까지 낮아졌지만 올 들어 다시 급증해 7월 말 연체율은 무려 0.77%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졌다. 올해 7월 말 신용대출 연체율이 0.88%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였던 2009년 6월 말 0.97%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1%를 넘었던 적이 없었던 가계대출 연체율이 올 상반기 0.96%로 1% 턱밑에 이르렀다.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늘렸던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상승곡선이다. 금융감독원이 이날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상반기 6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연체율은 2.3%로 지난해 말(2.0%)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현금서비스 연체율도 2.5%로 지난해 말(2.3%)보다 0.2%포인트 올라갔다. 빚을 못 갚기는 개인고객뿐 아니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신용보증기금이 빚을 갚지 못한 기업 대신 대출금을 갚아준 비율(대위변제율)은 올 상반기 4.0%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대출 연체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을 줄이면 빚을 내 이자를 갚거나 생활자금으로 쓰던 사람들의 대출 길도 막히게 된다"며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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