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근태 장관의 참을 忍
김성수 사회부 기자 sskim@sed.co.kr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정경제부와 대통령에 일갈(一喝)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판 뉴딜정책’에 국민연금이 무차별 동원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한 어조로 밝혔다.
최근 국민연금의 활용방안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쏟아져 나왔다. 마치 국민연금이 정부의 쌈짓돈이나 만병통치약인 양 거론돼왔다. 김 장관은 마침내 참아왔던 언짢은 심사를 드러낸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배제한 채 난무하는 각종 비방책이 마뜩찮았던 것이다.
장관의 글에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과 불신을 다독거리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소신과 의지도 피력했다. 내용은 민심을 담아냈고 공감도 얻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표현 방식에는 이견이 많다.
이른 아침 인터넷을 통해 보건복지부 전체 의사를 전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 신사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기자 간담회나 당정회의 등을 통해 밝힐 수도 있었는데 굳이 인터넷으로 성명서를 발표할 이유가 있었냐는 얘기다.
김 장관은 정치적 쟁점 때마다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 차례 항의서한을 보내거나 개인성명을 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이러한 마당에 또다시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로서 여론을 등에 업고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는 깜짝 쇼를 연출한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과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듯하다.
경제부처는 경기부양의 고육지책으로 국민연금을 동원하겠다고 나섰다. 김 장관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불식하겠다고 일어섰다. 그러나 이들의 이견은 당정이나 부처간 토의와 의견수렴을 통해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의 대책을 도출했어야 했다.
김 장관의 돌출행동이나 직설어법은 자신의 순수한 의도에 흠집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장관이 우려했던 것처럼 부처간 다툼으로 비쳐져 국정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김 장관은 지난 17일 신사적인 국회의원에게 수여하는 백봉 신사상을 네번째 수상했다. 수상소감에서 그는 ‘참을 인(忍)’을 거듭 강조했다. 세번 참으면 나라도 살린다고 말했던 그가 이틀 만에 나라를 흔들었다. 과연 세번 참았는지 묻고 싶다.
입력시간 : 2004-11-19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