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조속실천 신인도 회복부터

자구안 조속실천 신인도 회복부터현대사태 타결후 남은 과제 현대사태가 진통 끝에 해결점에 다다랐다. 그러나 현대문제의 최종 해결을 위한 작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번 발표가 지난 5월 말 1차 발표 때보다 진전된 것이지만 조기실천과 그룹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위기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특히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현대의 한차원 높은 발전을 위한 필요함수다. 현대 유동성 문제를 접근하는 금융기관들의 인내심도 요구된다. 현대사태 위기 원인이 그룹에서 출발했지만 걸핏하면 무차별 상환에 나서는 「2금융권의 집단 이기」에서 비롯된 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구노력, 시간끌면 위기 재연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지난해 대우그룹에 한번 속았다. 대우가 4월·7월 연이은 고강도 자구안을 발표했지만 선언적 문구에 그친 채 자구실천에는 미적거렸고 결국 8월26일 워크아웃에 들어간 점을 기억하고 있다. 현대도 다를 바 없다. 지배구조 개편 빨리 매듭 투명성 확보해야 채권단도 여신회수 자제 '공생의식' 갖도록 현대는 이미 지난 5월 구조조정 계획 발표 후 수차례에 걸쳐 시장의 시험대에 올랐다. 「3부자 퇴진」이라는 극단카드를 내밀어 마지막 발표로 인식됐던 5월31일 자구안 발표도 결국 신뢰상실만을 부추기는 결과로 다가왔다. 이연수(李沿洙) 외환은행 부행장은 협상과정에서 『두달간 현대가 한 일이 무엇이냐』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또다시 겉포장만 화려한 자구안을 내놓은 채 실천을 미적거릴 경우 월말이면 위기에 시달리는 「월말괴담」이 되풀이될 게 분명하다. ◇그룹 투명성 열쇠는 계열분리와 지배구조 채권단 관계자는 『발표내용 중 자구계획은 나무랄 데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그룹의 미래 자생을 답보할 만한 계열분리의 조기실천과 지배구조 개편. 금감위 관계자는 『자동차와 중공업의 계열분리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현대건설 위기 재연에 따른 그룹의 공멸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그러나 『오너들이 영향력 유지를 위해 계열분리를 지체할 경우 시장의 신인도는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개편문제도 마찬가지. MK-MH간의 그룹 내 역학구조상 가신그룹의 완벽한 거취결정이 조기에 마무리되기는 힘들지만, 이 부분도 어떤 형식으로든 조기매듭이 필요하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회사영업에 정통한 전문경영인을 키우면 그룹의 투명성 제고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 공생(共生)정신 회복해야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던 지난달 이헌재(李憲宰) 전 재경부 장관은 2금융권을 향해 『쪽박 깨는 일은 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언급은 아직도 유효하다. 현대뿐 아니라 어떤 기업도 금융권의 나만 살겠다는 식의 사고와 이로부터 비롯되는 무차별 상환행위가 계속되면 살아날 기업은 없다. 현대에 대한 냉엄한 관찰은 계속하되 상생의 정신은 최후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8/13 19:1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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