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지표경기 괴리 심하다/GDP·산업생산증가율 등 “의외”

◎물량 기준… 반도체값 하락 등 반영 못해/채산성 등 감안 체감경제지표 마련 시급요즘 기업인, 사업자, 시장상인들이 대부분 장사가 안된다며 울상이고 소비자들도 몸을 사리는등 일반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밑바닥인데도 각종 경제지표들은 그럴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산업생산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지난 1월 12·4%에서 6월에 3·8%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7∼8%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4분기 경제성장률도 6·4%로 체감수준보다 의외로 높은 모습이며 올들어 9월까지 경제성장률이 6·8%로 나타난데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지표경기가 체감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체감경기와 지표경기가 괴리를 보이는 것은 지표작성방법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통계청의 산업생산증가율이나 한은의 경제성장률은 불변가격기준으로 작성된다. 물량기준으로 작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반도체, 석유화학등 주요 업종들이 국제가격 하락으로 인해 겪고있는 어려움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중 반도체및 전자부품의 생산은 전년동기보다 31·1%나 증가했다. 하지만 9월중 반도체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무려 46·8% 줄어든 11억4천6백만달러에 그쳤다. 생산은 30% 이상 늘었는데 수출은 47%가량 줄어든 것이다. 반도체 생산물량의 90%가 수출되고 있는데 생산과 수출의 증가율이 거꾸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반도체 가격이 작년의 절반이하로 뚝 떨어져 금액기준으로 나타나는 수출과 기업의 실제 수입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물량기준으로 파악되는 생산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3·4분기중 경공업은 3·7% 감소한 반면 중화학공업은 10·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반도체, 철강등의 생산이 채산성등을 도외시한채 물량기준으로 늘어난 상황만 반영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산업생산증가율이나 경제성장률은 가격추이를 반영하지 않은채 생산물량만 따질뿐이어서 실제 체감경기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작년같은 경우에는 이같은 상황이 반대로 나타났다. 반도체가 초호황경기를 누렸던 지난해에는 반도체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에 체감경기는 경제지표에 나타난 것보다도 더 좋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올해 경기침체양상이 지표상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그 여파로 인해 내년이후 경기회복이 더뎌질 수있는 점을 감안해 경제정책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계청은 이 때문에 가격변수, 채산성등을 감안한 체감지표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정지택 통계청 통계조사국장은 『각종 경제지표는 불변가격기준으로 작성할 수밖에 없어 체감경기와 다소 거리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채산성등까지 감안하는 체감 경제지표를 만드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이세정>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