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짬밥보다 못한 학교급식

‘짬밥’은 군대에서 먹는 밥이다. 병역을 마친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짬밥에 관한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사투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속어도 아닌 짬밥의 정확한 어원은 밝혀진 바 없다. 군대에서 하는 밥은 집에서 하는 밥처럼 솥이나 밥통으로 하는 게 아니라 취사기를 이용, 증기로 찌는 ‘찜밥’에 가깝다고 해서 짬밥으로 변형된 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가장 그럴듯하다. 짬밥은 이제 단순히 군대에서 먹는 밥뿐 아니라 집단 급식, 나아가 ‘경력ㆍ경륜’ 등의 의미로 확대 사용되기도 한다. 군대 짬밥에는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짬밥보다’ 훨씬 더 못한 대기업의 학교 급식 밥을 먹고 2,000여명의 학생들이 배탈이 났다. 당연히 대기업이 공급하던 급식은 중단됐고 사태의 장기화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어른들의 욕심과 부주의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이 겪은 고통과 겪을 불편ㆍ불신의 벽을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하다. 3년 전에도 똑같이 발생했던 학교급식 식중독 사건은 급식업체들의 위생불감증과 관련기관의 관리감독 소홀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이번 만큼은 배탈나는 밥을 학생들에게 먹인 급식업체들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말이 좋아 학교 급식이지 짬밥보다도 못한 게 지금의 학교 급식이다. 학교 급식 현장과 인터넷 등에 올라 있는 학교 급식에 대한 불만은 현재 우리 학교 급식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학교 급식에 있어 맛과 질, 영양의 문제를 따지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 돼버린 지 오래다. 한끼에 2,000~3,000원 정도 내고 먹는 학교 급식은 맛은 고사하고 제발 위생적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국에서 벌레가 나오고 밥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라는 것이다. “계란찜에 호일이 나와 영양사 아주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몸에 해롭지 않으니까 그냥 먹으라고 했다”는 말에는 할말이 없다. 한번은 일주일 내내 고등어 무조림 혹은 감자조림만 나와 어떤 학생이 항의했더니 학생들에게는 생선이 몸에 좋으니 군소리 말고 먹으라고 했단다. 똑같은 물김치가 3일 연속 나올 경우 학생들로서는 혹시 알뜰하게 물김치를 재활용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위생적이면서 맛있는 밥을 공급하는 학교 급식도 있어 학교 급식 전체를 매도할 생각은 없다. 현재 학교 급식은 초ㆍ중ㆍ고와 특수학교 1만360여개의 학교 가운데 94.4%인 9,900여개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직영 급식보다는 위탁 급식이 더 문제다. 위탁 급식의 가장 큰 문제는 위탁업체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질이 떨어지는 식자재를 사용하는 등 위생관리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설투자비와 재료비ㆍ인건비 등 비용을 충당하고 이익을 내려면 값싼 식자재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짬밥이나 학교 급식이 똑같은 단체 급식이지만 그래도 짬밥 먹고 집단으로 식중독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세탁비누가 겉에 허옇게 낀 식판에다 삽으로 퍼 담은 밥을 먹었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게 바로 짬밥이다. 보릿고개다 뭐다 해서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시절의 짬밥은 말 그대로 잔밥이었다. 요즘이야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짬밥이 나오지만 한때는 돼지고기 국에 돼지고기 건더기는 간 데 없이 멀건 국물만 출렁거렸고 김치에서 고춧가루나 마늘을 찾기보기란 가뭄에 콩 나듯 힘들었던 적이 있다. 이런 짬밥도 아무 이상 없이 맛있게 먹었었는데 돌을 삼켜도 소화시킬 수 있다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밥을 먹고 집단 배탈이 났다면 그 밥은 진짜 문제가 있는 밥이다. 가장 즐거워야 할 학생들의 점심시간이 피하고 싶고 괴로운 시간이 된다면 곤란하다. 군대에서는 때에 맞춰 밥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기다려진다. 물론 돈이 문제겠지만 학생들도 안심하고 즐겁게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른들의 책임이다. 이참에 문제를 일으킨 급식업체 관계자들을 군에 다시 입대시켜 일정 기간 취사병으로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하면서 먹어도 배탈나지 않는 짬밥 짓는 법을 교육시키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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