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계속 떨어지는데… 연계 상품 투자해도 될까

"반등에 베팅 투자자 잡자"
대우·미래에셋·신한금투 등 변동성 초점 맞춘 파생·랩 선봬
내년에도 하락세 지속 전망… 전문가 "섣부른 투자 자제해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연초 후 40%가량 빠지자 일부 증권사가 유가 관련 파생상품이나 랩(Wrap) 판매에 나서고 있다. 판매사들은 내년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판단해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금융투자 등이 유가 반등시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상품을 판매 중이다.

KDB대우증권은 WTI 최근 월 선물가격만 기초자산으로 활용하거나 금과 은의 가격지수도 함께 활용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판매하고 있다. 'KDB대우 제1910회'는 WTI 최근 월 선물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원금비보장형 상품이다. 만기(6개월) 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3.60%(연 환산시 7.20%)를 제공하고 3개월 후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기준가격(12월12일 종가)의 95% 이상일 경우에는 3.60%의 수익과 함께 원금이 조기상환된다. 'KDB대우 제1991회 DLS'와 'KDB대우증권 제 1992회 DLS'는 WTI 최근 월 선물가격과 함께 은과 금의 가격지수까지 기초지수로 활용한다. 기초지수가 하나일 때와 달리 상환 조건이 까다로워 1,910회에 비해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원금 보장 기능이 있는 기타파생결합사채(DLB)를 판매 중이다. '미래에셋DLB제22회'는 WTI 최근 월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설정되며 만기는 1년이다. 최초 기준자산가격(12월12일 종가)의 120%를 초과 상승하거나 80%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없는 경우 발생하는 차이만큼 수익으로 제공한다. 이를테면 만기일에 최초 기준 가격보다 19% 하락 또는 상승하면 19%의 수익을 제공한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만 되돌려준다.

신한금융투자는 DLS와 DLB에 비해 비용 절감 효과가 있고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랩(Wrap) 상품을 10일 출시했다. '신한명품 분할매수형 ETF랩 3.0(원유)'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WTI 가격을 추종하는 ETF에 투자한다. WTI의 최근 5년 평균가격 대비 80% 수준 이하로 내려갈 때 10회 이내로 나눠 ETF를 매수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춘다. 그리고 ETF 가격이 5~10% 오를 때 매도해 변동성 장세에서 대응 능력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유가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들은 유가가 크게 내린 상황에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있는 만큼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상품을 출시했다는 입장이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유가가 크게 내렸기 때문에 일부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유가 반등을 노릴 것이라고 판단해 상품을 출시한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나 러시아의 증산 여력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데다 내년 2·4분기 이후 계절적 수요 확대까지 감안하면 당분간 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반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저금리 투자환경에서 다양한 기초자산을 활용한 상품에 분산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의 선택폭을 넓힌 것"이라며 "DLB는 일정 범위 내에서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져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가가 결정될 때 단순히 수급 문제뿐만 아니라 생산 국가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저점이 어디인지에 대해 판단하기란 매우 애매하다고 지적한다. 강유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러한 관측이 빗나갔다"며 "유가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미의 에너지 생산량이 둔화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올 상반기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였던 WTI 가격이 최근 60달러 초반까지 내려온 상황이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도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가 전망이 워낙 불투명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 외에는 섣불리 유가 관련 상품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프라이빗뱅크(PB) 관계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가 하한선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배당주 관련 상품이나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방법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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