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부동산정책 밑그림 그려졌다

‘거래는 살리되 집값은 잡는다.’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아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업무 인수인계가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물론 당선자 측 주요 인사들의 잇따른 원칙 천명을 통해 큰 틀은 잡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최근 이 당선자가 밝힌 원칙과 당선자 측 관계자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의 정책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 당선자는 지난 28일 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집값이 지난 5년간 너무 올라 비싸다”며 “정책에 다소 변화를 주겠지만 값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또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밝혀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를 ‘목표’의 실패라기보다는 ‘방법론’의 실패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먼저 막고 나중에 푼다=이 당선자 측이 대선 후 줄곧 강조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제1원칙은 ‘이익 환수장치를 먼저 마련한 후 풀겠다’는 것이다. 공공개발에 따른 수용과 관련해 현금ㆍ토지 외에 아파트로 보상하는 방안을 언급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등은 오히려 더 강화할 수도 있다는 것은 당선자측도 ‘대출 규제’가 효율적인 집값 안정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은 원칙적으로 ‘시장’을 통해 푼다=미분양 적체는 새 정부가 당장 맞닥뜨리게 될 부동산 현안이다. 이미 정부 공식통계로도 10만가구를 훌쩍 넘긴 미분양 아파트가 단순히 업계의 자금부담 증가를 넘어 연쇄 도산 가능성과 이에 따른 지방경제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재정 투입 등 인위적인 방법을 쓸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재정을 투입해 민간사업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디까지나 미분양 사태는 수요 없는 곳에 무리하게 공급한 업계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분양이 장기화할 경우 국지적ㆍ일시적 세제 완화 등을 통해 업계의 숨통을 터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공급 확대’는 ‘수요’부터 따져보겠다=이 당선자 측이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수도권 신도시 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수요’ 때문이다. 정작 수요는 서울 등 중심부에 집중돼 있는데 실제 공급은 외곽에서 이뤄지다 보니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 측이 ‘재개발ㆍ재건축’의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주요 공급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현재 추진 중인 신도시의 경우 수요를 고려해 선별적인 시기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집값 상승’과 ‘불로소득’은 철저히 차단=이 당선자 측은 “땅값ㆍ집값 상승은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기업의 투자확대, 일자리 창출이라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에 따른 불로소득에 대한 인식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이 당선자 측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투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투기방지대책부터 만들어놓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는 ‘장기 1주택 보유자’ 등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수준 이상의 완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용적률 상향 조정 등 규제완화는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사전 장치를 만든 뒤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역시 집값 상승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실제 규제 완화 수준은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측 부동산 관련 발언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새 정부의)기본 정책구조가 흔들려 버린다"-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정책은 다소 변화를 주겠지만 부동산값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이명박 당선자 ▦"집값이 지난 5년간 너무 올라 비싸다. 급격한 변화보다 시장에 맞춰 융통성 있게 하겠다"-이 당선자 ▦"이명박 당선자가 됐으니 집값이 오를 것이란 것은 시장의 잘못된 기대에 불과하다"-최경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 ▦"비록 (참여정부 정책을) 비판했지만 이 정부의 정책효과를 본 후 판단해야 한다"-주호영 당선자 대변인 ▦"절대로 한탕주의 투기꾼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제도적인 방침을 만들겠다"-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시장이 불안정할 요소가 있으면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김양수 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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