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트레이드 주춤

글로벌 큰손 차익실현 잇달아
증시·환율 게걸음 장세 이어가


일본의 통화완화ㆍ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활개를 치던 '아베 트레이드'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의 탄생으로 엔저 및 경기회복이 예상되면서 고공비행하던 엔ㆍ달러환율(엔화약세)과 일본증시의 닛케이225지수가 게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아베노믹스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열기가 식으며 일본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 거래량이 이번주 들어 연초 이후 평균치의 4분의3으로 줄었다. 닛케이225지수선물의 하루 계약건수도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10만건 아래로 떨어졌으며 닛케이225지수도 지난 2주간 하루 오르고 하루 내리는 모습을 보이며 50여년 만에 가장 길었던 랠리가 끝나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지난해 말 이후 일본증시의 랠리를 주도했던 대형 헤지펀드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숨 고르기 장세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경기회복 노력이 기대만큼 강력하지 못하고 투자자에게도 별다른 수익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주식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도 이달 들어 92~93엔대의 박스권에 갇혔다. 장중 94엔을 넘어선 적도 있지만 94엔선에 안착하지는 못하고 있다. 엔화약세에 베팅했던 일부 헤지펀드들이 수익을 내면서 엔화 매도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지난 20일 일본의 1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6,294억엔에 달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일본 정부가 무한정 엔화약세를 유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엔저 한계론'이 제기된 것도 엔화 움직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엔저에 따른 수출확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반면 수입품 가격 급등의 영향은 바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나리만 베라베는 "과거 일본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발표된 통화정책 및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현실화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특히 일본 정부가 경제회복을 이끌 구조적 개혁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보여줄 것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부진한 자유무역협상(FTA)이나 경직된 노동시장 개선,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유증 해소 및 전기료 인하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즈호증권의 아시아 주식 담당 최고 전략가인 기쿠치 마사토시는 "장기 투자자들은 단순한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약세보다 구조적 개혁을 알리는 매수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아베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해 다음주 차기 일본은행(BOJ) 총재를 지명하는 것이 증시 랠리의 촉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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