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의 지도부 교체

경영계의 대 노조 협의 파트너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새 회장으로 동양제철화학의 이수영회장이 선임됐다. 경총의 신임회장 선임에 앞서 노동부장관에 온건ㆍ합리적인 교수출신의 김대환장관이 임명됐고,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민주노총의 위원장에 협상중시의 이수호씨가 선출됐다. 이로써 노사정의 3개 핵심기구의 장이 교체됐다. 이는 단순한 인물의 교체를 넘어, 형식에 의해 실질이 규정된다고 할 만큼 향후 노사정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있는 교체라고 여겨진다. 먼저 김 노동부 장관은 “노사문제는 노동자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문제를 고려해 풀어야 하고, 기업과 자본이 잘돼야 노동자도 잘된다”는 균형된 시각이 기대를 갖게 한다. 민노총의 이수호 위원장은 이전 지도부의 강경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에 비판적인 입장을 지녀왔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기본인식을 구현하기 위해 그 동안 대립적이었던 정부부처를 차례로 순방하며 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민노총 위원장으로는 처음으로 경찰청을 방문했으며 이에 앞서 법무부와 노동부도 방문했다. 특히 노동부와는 차관이 참석하는 정례협의회 설치를 합의하기도 했다. 정부와 민노총의 대화분위기는 김 장관과 이 위원장이 같은 고교 동창이라는 사실로 인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총의 이 회장도 취임일성으로 “과거방식의 노사관계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도 살고 근로자도 사는 모델을 구축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계속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노사가 상생하는 신 노사관계 구축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노사정의 핵심기구의 신임 지도부들이 이처럼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시기상으로나, 우리경제가 처한 여건상으로 매우 적절한 자세다. 지금 같은 불황기에 기업에서 불법파괴적인 노사분규가 계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없다. 노사불안은 경기불황-고용사정악화-복지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핵심고리다. 현재의 경제침체도 상당부분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이후 산업현장에서 지속돼온 노사불안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최근 노사정위원회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협약에 합의 했다. 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불참으로 인해 이 협약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3대 기구의 지도부 교체로 조성된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서는 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복귀가 우선이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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