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98년 미사일사태 때와 다른 행보 눈길

98년 '왕성한 활동'..올해는 '은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이후 행보가 1998년 1차 미사일 사태 때와는 사뭇 달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번 미사일 사태에 대한 북한 내부의 평가를 짐작하고 아울러 그의 심리 상태도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0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5일 새벽 북한이 미사일 7발을 발사한 이후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공개활동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에 장기 공백없이 작년 동기(42회)보다 훨씬 많은 73회나 공개활동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12번째 기일인 지난 8일에도 김 위원장이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했다는 소식은 찾아볼 수 없어 의구심을 더했다. 그는 아버지 기일에 매년 빠짐없이 참배해 왔다. 이같은 그의 행보는 대포동1호를 발사했던 1998년 8월 31일 전후와는 큰 차이를보이고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1개월 전부터 공개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다가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는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미사일 발사 나흘 뒤인 9월 4일 '인공위성을 성공리에 발사했다'고 발표한이후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9월 5일)와 정권창건 50주년 기념행사(9월 9일)에 참여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난 98년과 현재 김 위원장의 행보가 상반되게 나타나는 이유로 미사일을 쏜 배경이 다르고 발사 성공 여부도 엇갈렸다는 점을 꼽고 있다. 지난 98년 8월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국방위원장으로 재추대되기 직전으로, 94년부터 시작된 자연재해로 극심해진 식량난과 아사자 속출로 민심이반 현상이 심화돼 체제 붕괴설이 심심찮게 나돌던 상황에서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르고 내부 결속을 다질 필요성이 있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 자신의 건재함과 체제 우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김위원장의 공개활동이 잦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에 김 위원장이 사실상 잠행하고 있는 것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대내용이라기 보다는 미국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외 시위용 성격이 짙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대포동2호 발사가 실패하고 기대했던 미국의 변화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결의안이 채택되는 등 갈수록 국제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조용히 칩거하면서 정책적 과오에 대한 책임 규명과 향후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대북 강경여론이 비등함에 따라 신변에 위협이 있다고판단, 경호상의 이유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대포동2호 발사가 실패하고 중국과 러시아마저도 대북 결의안에 동참하면서 김 위원장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미사일 사태를 야기한 장본인이 이처럼 은둔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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