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패닉] "주가 지나치게 올라 투매 초래"

월가 일각 '엑소더스 원인' 지적
"실적 호전따른 착시효과도 작용"

월가 일각에서는 그동안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주식 고평가현상이 주식 투매를 불러왔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부채협상 장기화 등의 여파로 그동안 국채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데다 일부 미국 기업의 실적 호전에 따른 착시효과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세계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를 보였지만 증시는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과매수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손을 털고 나와 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이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주식시장에만 머무르다 한꺼번에 빠져나갈 핑계거리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주식시장의 엑소더스현상을 설명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없는데다 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 고용지표(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해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포춘은 근거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가 개발한 CAPE지수를 들었다. CAPE지수는 인플레이션 변수를 고려해 최근 10년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출한 지수다. PER 수치가 높으면 주식 가치가 고평가됐음을 뜻한다. 포춘에 따르면 주가가 본격 하락세에 접어들기 이전인 지난 7월 CAPE지수는 23이었다. 이는 지난 45년간의 평균 19.4보다 높고 130년간 평균인 16.4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실러 예일대 교수도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지난 2000년 기술주 붕괴와 2006년 주택시장 침체를 예견했던 실러는 현재 S&P500 지수와 편입기업의 이익 수준을 비교해볼 때 현재의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된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실러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현재 기업이익의 23배로 거래되고 있어 과거 평균치인 16배를 훨씬 웃돌고 있다. S&P500 지수가 과거 2007년 금융위기 때 주가가 몰락하기 직전의 고점인 27.5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과대평가됐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CAPE지수가 23 정도에 머무르면 크게 문제될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외 리스크가 고조될 때는 '적당한 거품'에도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위기 국면을 수습할 완충지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포춘은 분석한다. 포춘은 "주가에 거품이 꼈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투자자의 공포심마저 극대화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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