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위축·수출단가 떨어져 기업 수익성 '경고등'

■ 제조업 1~3분기 실적 분석 경상익호조세 저금리덕 금리·원자재값 오르면 수익둔화·적자불보듯 제조업체의 수익성 개선추세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 한해 전체로는 기업수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같은 추세는 올해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ㆍ4분기부터 기업수익이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가계대출 억제의 영향으로 소비가 줄자 3ㆍ4분기 성장률이 5.8%로 전 분기보다 0.6%포인트나 떨어지는 등 성장세가 둔화된 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수익성이 다시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부터 성장을 이끌던 소비와 건설투자는 요즘 크게 위축되고 있다. 수출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출단가는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결국 내수가 위축되고 수출가격마저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거시금융팀장은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출단가 하락으로 교역조건도 계속 악화됨에 따라 기업수익성 개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 원자재가격ㆍ금리상승 등 수익성 악화요인 많아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제조업체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7.6%로 지난해 같은 기간(2.2%)보다 3배 이상 높아진 것은 주로 저금리 등 외부요인 덕분이었다. 한은은 "경상이익률 상승분 5.4%포인트 가운데 저금리에 금융비용 감소 및 순외환이익 발생에 따른 효과가 4.0%포인트, 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른 재료비 감소효과가 1.0%포인트에 달했다"고 밝혔다. 기업 스스로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상이익을 높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올해 기업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온 외부요인은 점차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이 벌어지면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은 큰 폭으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 또 금리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내년에는 10.4% 가량 늘어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6.5%)을 훨씬 웃돌게 되면 자금수요 증가로 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내수위축, 해외시장에서의 경쟁격화 등으로 제품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ㆍ원자재가격 등이 오르면 기업수익성 개선은 '옛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 기업구조조정 게을리하지 말아야 올해 기업수익이 사상 최대라고는 하지만 적자기업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체 가운데 적자업체의 비중은 지난해의 27.1%에서 29.7%로 높아졌다. 이는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부실기업들이 저금리 등에 힘입어 가까스로 목숨을 연장해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에는 기업의 경영환경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런 부실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가계대출 부실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의 경영건전성, 나아가 전반적인 경제안정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정창덕 한은 기업경영분석팀장은 "저금리 등의 이유로 부실기업에 대한 정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시장에서 기업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무구조는 이제 선진국 수준 9월 말 현재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130.1%로 전년 말(185.7%)에 비해 55.6%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 미국 162.1%(올 6월 말 현재) ▲ 일본 159.7%(2000년 말 현재) 등 선진국보다도 낮은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 및 기타운송장비업종(222.7%)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부채비율이 200% 밑으로 떨어졌다. 전체 차입금이 줄었지만 단기차입금 비중은 9월 말 현재 41.6%로 지난 연말(35.7%)보다 5.9%포인트 높아졌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기업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장기부채를 먼저 상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문재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