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열풍 '영화 속으로'

온라인 게임 열풍 '영화 속으로' 온라인 게임 열풍이 급기야 영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 채팅이 처음 유행할 당시 이를 소재로 한 영화 '접속'은 많은 네티즌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는 게임이 네티즌이 즐기는 중요한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으면서 영화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게임은 인터넷을 접해본 10~20대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본 보편적인 소재라는 점에서 그리고 손에 땀을 쥐는 철저한 승부와 전략을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소재로 손색이 없다. 대표적인 영화가 요즘 충무로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게이머'다. 이 영화는 우선 최초의 한ㆍ중 합작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한국 영화사 마루엠닷컴과 '붉은 수수밭', '국두', '인생', '진용' 등을 제작한 중국 최대의 시안 영화사가 손을 잡은 것. 시안 영화사는 제작비로 55만달러를 투자한 것을 비롯해 중국 로케이션 촬영을 같이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영화 게이머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개봉될 예정. 게이머는 제작비 일부를 인터넷 공모를 통해 마련하고 있어 네티즌들에게 일찌감치 알려졌다. 15일 마감되는 인터넷 공모는 개시일 이틀만에 공모액이 1억원을 넘어서 마감날까지 공모 목표액인 6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마루엠닷컴은 기대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를 소재로 한 다양한 특수 기법도 볼거리다. 최근 각광받는 학문인 사이버네틱스(인공두뇌학), 가상 현실을 이용한 컴퓨터 그래픽, 감정 표현을 자유 자재로 할 수 있는 아바타(캐릭터), 홀로그램 영상 등 네티즌들에게 익숙한 각종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전투 장면과 유람선 폭파 장면 등이 현실과 가상 공간을 넘나들며 선보인다. 마케팅 기업도 첨단을 달린다. 영화 속에 국산 게임이 PPL(광고 목적으로 특정 제품을 영화에 삽입하는 것) 형식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영화와는 별도로 게임 시나리오가 완성돼 게임으로도 만들어진다. 또 캐릭터와 음반 역시 동시 기획을 거쳐 상품화에 들어가므로 영화 개봉과 함께 부대 사업에 대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게이머는 홍보 방법도 특이하다. 마루엠닷컴은 게이머 사전 홍보를 위해 15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프로게이머 전용 대회장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 대회를 개최하며 참가자들에게 상금 대신 문화 상품권을 지급한다. 영화는 '돈을 갖고 튀어라'의 이영국 조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탤런트 이민우와 정보석, 영화 제작자인 명계남 등이 출연한다. '파라다이스 빌라'는 조금은 부정적인 시각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온라인 게임 헬브레스에 중독된 게이머가 잃어버린 게임 속의 아이템을 찾기 위해 벌이는 엽기적인 살인 행각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 게이머의 심리에 끼치는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 영화로 '인터넷 중독자 정신 착란증 입원', '사이버 절도 고교생 입건', '게이머 PC방서 망치로 주인 때려' 등 최근에 잇따랐던 사건들을 연상시킨다. 이 때문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을 만든 회사인 시멘텍은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영화인과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한창이다. 또 당사자인 시멘텍은 물론 온라인 게임사들의 모임인 온라인 게임 협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소송 사건을 이용한 영화 홍보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라다이스 빌라 게시판(www.paradise-villa.co.kr)엔 헬브레스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한다. 어쨌든 게이머와 파라다이스 빌라는 영화의 주 관객층인 10~20대를 겨냥한 참신한 소재와 새로운 홍보 전략(?)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했다. 물론 영화가 흥행 가도를 달려 이른바 '대박'으로 이어질지는 다른 문제지만. 김창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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