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대박은 인생쪽박 지름길"

흥청망청 쓰다가 파산·도박·약물중독 '수두룩'
친척·동료 협박과 소송에 시달려 자살까지


‘복권 대박’은 ‘인생 쪽박’의 지름길인가. 복권에 당첨된 뒤 갑자기 생긴 큰 돈을 흥청망청 쓰다가 파산하거나 도박과 약물에 빠져 비참하게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수두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기부 등의 요청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친척들의 협박과 소송으로 고통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USA투데이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엄청난 행운을 감당하지 못해 불행해 지는 사람들이 많다. 텍사스에서 지난 97년 복권 당첨으로 3,100만달러(약 298억원)를 챙긴 빌리 밥 하렐은 우연한 횡재의 종말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하렐은 자동차와 부동산을 마구 사들이고, 가족과 친구는 물론 교회에까지 돈을 뿌려대다가 결국 당첨된 지 2년만에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하렐이 죽고 난 뒤 그의 계좌에는 세금을 낼 돈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복권 당첨이 결국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는 예는 허다하다.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복권 대박을 지난 85년과 86년에 두번이나 터뜨린 이블린 애덤스는 540만달러(약 52억원)의 당첨금을 도박에 ‘올인’했다가 5년전 파산하고, 현재 이동식 트레일러에서 살아가고 있다. 윌리엄 버드 포스트는 지난 88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620만달러(약 155억원)에 당첨되고도 재산을 다 탕진한 뒤 정부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다. 또 포스트는 형제의 살해 위협에도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중에 돈이 남아있더라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된 경우도 있다. 지난 2001년 남편과 함께 미국의 로또식 복권인 파워볼에 당첨된 빅토리아 젤은 1,100만달러(약 106억원)라는 거액을 손에 거머쥐고도 현재 미네소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젤은 지난 해 3월 음주상태에서 마약까지 복용하고 운전을 하다가 한명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다른 한명에겐 중상을 입혔다. 거액의 당첨금을 둘러싸고 소송이 벌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메인주에서 지난 2001년 4,100만달러(약 393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웨일즈 부부는 이 복권을 공동구입했다고 주장하는 직장 동료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 소송은 결국 철회됐지만 웨일즈 부부의 변호를 맡았던 테런스 가니 변호사는 “평범했던 이 부부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소송이 끝난 뒤에도 돈을 대신 관리해주겠다는 사람들로부터 계속 시달려야 했다”고 전했다. 복권 당첨은 소박한 일상을 앗아가 버리기도 한다. 지난 해 9월 90만달러(약 8억7,000만원)의 복권에 당첨된 스티브 그랜저는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뭘 하고, 뭘 가졌는지 다 알게 된다”며 “아내가 거리에서 사람들이 ‘대박 터뜨린 사람 지나간다’고 비아냥대는 말을 한두번 들은 게 아니다”라고 괴로움을 털어놨다. 이 같은 복권 당첨자들의 불행한 말로에 대해 전문가들은 횡재를 한 경우 착실하게 돈을 벌어서 얻게 되는 행복을 놓쳐버리기가 쉽다고 지적하고 있다. 복권 당첨자를 비롯해 운동선수나 연예인 등 단숨에 돈방석에 앉게 된 사람들의 말로를 연구해 책을 펴낸 텍사스 기술대학의 게리 베이어 교수는 “이런 사람들은 돈을 다 써버리고 난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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