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법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슈퍼 마리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독일의 벽을 넘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드라기 총재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유로존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재 스페인ㆍ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안정되는 등 유럽 위기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드라기 총재와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간의 회동과 ECB 회의가 유럽 위기의 향방을 좌우할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독일 설득할 수 있을까= 28일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에 앞서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를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ECB의 재정위기국 국채 직매입(SMP) 재개 ▦구제금융 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로안정화기금(ESM)에 은행 라이선스를 부여해 ECB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와 기금 규모를 키우는 방안 ▦기준금리 인하 ▦3차 초저금리 무제한 장기대출(LTRO) 등의 유로존 위기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27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드라기 총재가 오는 9월부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발행시장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를 매입해 금리를 낮추고 그 이후에 ECB가 유통시장에서 이들 국가들의 국채 매입을 재개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드라기 총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의 국채금리가 위험수준으로 치솟는 것을 방치할 경우 ECB의 통상적인 통화 정책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독일을 설득할 예정이다.
◇독일, 핵심 쟁점에 반대 입장 고수= 문제는 ECB의 재정위기국 국채 직매입, EFSF에 은행 라이선스 부여 방안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독일이 여전히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28일 독일 주간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EFSF를 활용해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전날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양국은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다"며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지만 독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현재 독일은 ECB가 그리스ㆍ스페인 등 재정 위기국의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며 이미 합의한 EFSFㆍESM을 통한 국채 매입만 인정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오는 2일 드라기 총재가 독일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을 지 회의감이 팽배하다. 이에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은 28일 "현재 스페인의 문제는 스페인의 위기가 아닌 유로존의 위기"라고 지적하며 "독일이 유로존을 진정으로 구하길 원한다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하더라도 ECB와 구제금융기구만으로 스페인을 구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와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28일 텔레그라프는 유럽 싱크탱크인 오픈 유럽(Open Europe)을 인용해 현재 스페인의 자금 조달 비용이 너무 높아 기존에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받았던 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향후 3년 간 국채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가정 하에 2015년 중반까지 필요한 자금이 6,500억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 같은 금액은 현재 유럽의 정치ㆍ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전면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조달하기 불가능할 액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