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관찰→표현 통해 스스로 논리 깨닫게 해야

취학 전 아동 일상생활서 수학감각 키워주려면
포장지·보도블록 등 무늬 활용… 패턴·규칙 개념 익히게 하고
카메라·입체도형 놀이 통해 공간지각력 키울수 있어

어린이들이 함께 퍼즐놀이를 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입체도형을 이용하면 공간지각력 등의 수학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사진제공=시매쓰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김자연(가명)씨는 요새 고민이 많다. 스토리텔링 교과서의 도입 등으로 어릴 때부터 아이의 수학적 감각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의 개념도 잡히지 않은 아이에게 무작정 수학문제를 풀게 할 수도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김씨는 "주위에 물어보니 학습지 등을 시키거나 사고력을 길러준다는 학원에 보낸다던데 벌써 공부에 대한 압박을 주고 싶지는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조경희 시매쓰 수학연구소장은 "아이가 사물에 대한 관심과 주변 현상의 변화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다면 그냥 지나쳐버리지 말고 아이의 생각에 맞장구치면서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관심은 논리적 지식이나 집중력·주의력과도 연결돼 있어 이후의 학교생활에서도 큰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학활동은 아이 스스로 어떤 대상에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과정과 관찰한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 새로 알게 된 정보 등 여러 가지를 연결해보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 있게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의 깊은 관찰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관찰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아이가 자동차 바퀴에 관심이 많다면 승용차·버스·택시·자전거 등 다양한 바퀴 모양과 크기를 관찰하며 이야기해본다. 아이는 처음에는 부모가 보는 것을 따라 보다 점점 부모가 보지 못했던 것까지 관심 있게 보게 된다.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태도는 그 대상이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촉각·청각·후각적인 것에도 작용할 수 있다. 표현은 부모와 아이가 더욱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하며 표현한 내용을 통해 대화의 범위와 소재·깊이는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다. 직접적인 말, 신체표현과 간접적인 글, 그림 등이 표현 방식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말해보게 한다거나 지난주 말 동물원에 갔던 일을 떠올리며 동물들의 위치 지도를 그려보는 등 아이가 뜻하는 바를 다양하게 표현하게 해주면 좋다.

패턴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패턴은 벽지나 포장지·옷·보도블록 등의 무늬, 쿵짝짝 쿵짝짝 같은 박수, 월화수목금토일이 매주 반복되는 달력 등 일상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패턴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사물이나 현상을 잘 관찰하고 관계를 찾아내려는 태도,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보려는 성향을 갖게 한다. 어렸을 때부터 충분히 패턴의 개념을 시각·청각·움직임 등 여러 가지 감각을 통해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유아들에게는 패턴 자체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중요하다. 삼각형·원·사각형 등 단순한 형태를 같은 순서로 반복해서 그린다거나 색깔을 달리해 규칙적으로 그려주는 등 그림을 통해 패턴을 쉽게 익힐 수 있게 도와준다. 패턴 습득이 어려운 아이는 엄마가 먼저 일정한 간격으로 모양을 그려 넣고 아이가 그 사이에 자기가 정한 모양을 그려 넣는 방식으로 그리다 보면 반복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측정 단위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길이·무게·넓이·부피의 단위가 다르고 ℓ·㎖ 등의 들이단위도 있다. 이런 측정 단위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우유나 요구르트·주스 등 음료 용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요구르트 병 몇 번이면 냄비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을까' '물을 담을 수 있는 물건을 찾아라' 등의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단위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주전자나 밀폐용기·냄비류 같은 것도 좋은 교구가 될 수 있다. 측정 영역의 단위 감각은 수학의 어느 개념보다도 경험에 따라 이해의 수준 차이가 클 수 있다. 이후 교과서에서 접하게 될 때 훨씬 쉽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지도록 어렸을 때부터 실제로 자주 보아온 물건을 활용해 감각적으로 많은 정보를 축적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카메라나 입체도형 등을 이용하면 공간지각력을 키울 수 있다. 공간지각력은 관찰능력·비교·기억 등의 능력을 기반으로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여러 가지 도형을 관찰하고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사물이나 교구 등을 경험하는 것이 공간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공간감각을 키우려면 다양한 그림 속에서 다른 점을 찾아보거나 숨은그림찾기, 어떤 기준에 따라 도형이나 사물을 분류하기, 주어진 그림 속에서 특정 모양 찾기 등 세밀한 관찰을 하는 경험이 효과적이다. 공간감각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사물 사이의 위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소재로 카메라를 꼽을 수 있다.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보며 사물의 특징과 촬영한 위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사진찍기가 익숙한 아이들은 자기가 찍고 싶은 모습이 나오려면 어디에서 어떻게 찍어야 할지 감각이 생긴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간유추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공간지각력은 단지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수학개념이 아니다. 사물이나 상황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며 사고의 융통성을 기르는 효과도 있다. 평소 앞·뒤·옆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대화를 나누며 관찰하는 경험을 많이 갖도록 한다.

수를 올바르게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수를 배운다고 하면 1, 2, 3, 4… 와 같은 숫자를 배우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숫자를 일찍 읽고 쓴다고 수학에 재능이 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숫자를 배우는 것과 수 체계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실제 생활에서 수의 역할은 개수를 나타내는 것뿐만 아니라 수를 사용하는 다양한 상황이 있으며 그 상황에 따라 수를 읽는 방법도 달라진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 3마리' '건물 3층' '연필 3㎝' 등 숫자로 표기할 때는 모두 '3'이지만 뒤에 어떤 말이 붙느냐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 개념에 따라 수를 바르게 읽으며 수 개념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평상시에 부모가 수를 바르게 읽으며 올바른 모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아이가 잘 못 읽었을 때는 틀렸다고 확인시키며 고쳐주는 것보다 아이가 한 말을 바르게 고쳐서 다시 말해주는 방식이 좋다. 특히 요즘 '조' '억' 단위의 돈 이야기가 매스컴에 자주 나와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큰 수는 귀로 들어 익숙하지만 수에 대한 감각은 부족하기 때문에 수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지 말고 그 수가 의미하는 것, 그 수는 얼마나 큰 수인지 질문을 하고 아이가 설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쉬운 숫자의 예를 들어 질문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시매쓰 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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