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과실땐 보험금 지급 의무 없다] 유병언 재산환수도 쉽지 않고… 혈세 최소 1000억 투입할 판

■ 세월호 수습비용 어떻게
兪씨 숨겨둔 재산 찾아도 법정다툼 최대 수년 걸려 피해자 보상 지연 우려
인양비용·화물피해는 국가 부담한 전례 없어 재산 회수여부가 관건


세월호 참사 수습에 최소 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되면서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월호 수습 비용은 예상하지 못한 재해에 쓰기 위한 국가 예산인 재해대책 예비비 1조2,0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일으킨 청해진해운은 사실상 파산했고 실질적 소유주로 지목 받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닉재산을 회수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해운사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다. 대형 참사의 피해를 엉뚱한 곳에서 뒤집어쓸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해운사 잘못이면 보험금 줄 필요 없다=대법원이 29일 내린 판결은 세월호 사건에도 시사점이 크다. 대법원 2부는 국가가 한국해운조합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여객선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인 '감항성(堪航性)'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를 냈다면 보험사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해운조합과 일반 보험사에 여객공제보험에 가입한 것을 비롯해 선체와 선원, 배의 인양과 유류오염에 대비한 보험을 들었다. 배를 개조하고 화물을 과적한 세월호는 보험금 지급 거부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해운조합이나 일반 보험사가 가입한 재보험사가 청해진해운의 과실을 물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 해운조합 등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해 미국 등 해외처럼 연대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운사뿐 아니라 안전을 점검한 선급회사 등에도 책임을 물어 평소 쌍방 감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책임 회피, 재산 은닉 한 유병언에 배상 막막=검찰은 구조와 인양에 2,000억~3,000억원, 화물배상에 1,000억~2,000억원, 사망 및 실종자 보상에 1,400억원가량 등 최소한 6,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 자산은 60억원뿐이어서 사법당국은 유 전 회장 일가로부터 비용을 받아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단 인천지법은 유 전 회장 일가의실명재산 2,400억원을 잡아두기 위해 인천지검의 기소전추징보전명령 청구를 받아들였다.

앞으로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이번 사고에 직접 책임이 있다는 점과 차명재산의 원래 소유주임을 밝혀야 한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증축과 과적을 묵인해 침몰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검찰의 판단은 관련자 진술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서 법원이 이를 전부 인정할지 미지수다. 또 상대적으로 증축보다 더 직접적인 원인에 해당하는 과적에 대해서는 검찰이 관련자에게도 결정적인 진술을 얻어내지 못했다. 만약 검찰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진다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유 전 회장 재산의 상당수가 다른 사람 명의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세월호 사건 직후 유병언 일가 부동산 24곳에 대해 27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후 국세청이 5월 이 재산을 압류했지만 먼저 근저당권을 설정한 기독교복음침례회의 권리가 앞선다. 또한 금융기관이 청해진해운 계열사에 대해 갖고 있는 담보권도 국세청 등 보다 선순위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되돌리는 방법으로 사해행위 취소소송(詐害行爲·채무자가 채권자의 재산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다른 명의로 재산을 숨기는 것)을 들고 있다. 다만 근저당권 각각에 소송을 걸어야 하므로 최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피해자 제때 보상 받을 수 있나=막대한 비용에 비해 책임지는 주체가 없으면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제때 이뤄지겠느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미 사고 초반 정부가 예산을 집중 투입하지 않은 탓에 구조가 지연됐다는 비판이 나온 터다. 사고 수습은 물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참사에 대한 명확한 보상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피해자에게 먼저 보상하고 청해진해운 등에 구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 생계안전자금 등 14억원 지급은 단기 대책에 불과하다. 10년 이상 걸릴 수 있는 정신적 피해는커녕 길어지는 구조과정 속에서 생계를 보전할 유급휴가 대책도 뚜렷하게 없다. 또한 피해 복구에 들어가는 비용 중 상당수는 인양비용이나 화물피해지만 정부가 여기까지 보상한 전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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