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월 1일] 한일 경제협력에 새 지평 열리나

일본 민주당이 ‘8ㆍ30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54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한일 관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지한파(知韓派)이자 북핵 및 미사일 등의 문제에서 우리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양국 간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다. 민주당의 압승은 10년간의 장기침체에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일본이 2등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경제회생과 주변국 관계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토야마 대표는 서구 선진국과 일본을 동일시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아시아 지역국가의 일원으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런 포부는 아시아 공통통화 창설을 핵심으로 하는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G2로 부상하며 협력과 관계개선이 이뤄지면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일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선진국들은 소비가 줄어 고전하는 반면 제조업이 강한 아시아 지역은 이번 경제위기를 빠른 속도로 극복하고 있다. 내수부진 등으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아시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현재 일본의 아시아 주요 국가와의 무역규모는 중국이 28조엔으로 미국의 22조엔을 능가했고 한국 9조2,000억엔, 대만 7조엔 등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경쟁관계이자 보완관계인 한국과 일본은 민주당 정권 출범을 계기로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협력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KOTRA의 분석에 따르면 민주당의 집권으로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ㆍ환경ㆍ나노테크 등 첨단산업 분야의 수출기회가 확대되고 일본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온 터라 FTA 논의가 한결 빨라질 수 있다. 이밖에 만성적인 무역 불균형 등 양국 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일본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선린우호와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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