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ㆍ태풍의 철은 왔는데

지난 주 태풍 소텔로가 남해안 일대에 상당한 피해를 남기고 물러난 데 이어 23일부터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철은 수해와 수인성 질병이 많은 때이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태풍 소텔로는 `6월 태풍`으로 유례없이 일찍 온 것인데, 기상학자들은 기상이변 때문이 아닌가 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질병과 관련해서는 이미 비브리오 패혈증에 이어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이 발생, 방역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매년 7월초부터 9월까지 계속되는 태풍과 장마철이지만 올해에는 재난성 폭우가 잦을 것이라는 예고가 잇따르고 있다. 태풍 피해액만도 6조원에 이르렀던 지난해의 악몽이 생생한 터라 걱정이 앞선다. 그 같은 걱정은 정부의 수방대책이 부실하고, 복구사업이 부진 하다는 데서 더욱 커진다. 행정자치부의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풍수피해 중 농경지 1만6,858ha는 복구가 완료됐고, 주택은 8714동 중 95.7%인 8,338동이 완공됐으나, 도로 및 하천은 약 4만 건 중 71%만 복구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문제가 심각한 곳은 도로 및 하천이다. 30%의 미복구 도로 및 하천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곳으로서 복구에도 오랜 시간을 요하게 마련이다. 하천 제방의 경우 복구공사가 단 1~2%만 지연된 상태라 해도 홍수를 만나면 붕괴될 우려가 크다. 이는 재난의 악순환이 됨은 물론 공사에 쏟아 부은 비용을 다시 물에 떠내버리게 된다. 지난해 대규모 침수피해 현장 가운데 공사 중 또는 임시복구 상태로 우기를 맞고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겠으나 착공지연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공사발주의 지연은 주로 보상문제와 맞물려 있는데 피해자들이 보상이 미흡한 것에 대한 항의로 시위를 벌이는 등 민원을 제기함으로써 공사의 지연이 빚어진 탓이다. 시공업체의 능력부족으로 시공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 지방하천의 경우 해당 지자체에 등록된 기업체에 우선 입찰권을 부여하는데 이들 중 대다수가 자재와 인력의 조달능력이 없는 영세기업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을 요하는 수방공사의 경우 우선시공을 하게하는 문제와 함께 능력 있는 기업과의 수의계약 허용, 입찰조건의 강화 등 대책을 강구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수해든 질병이든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최근의 사스 사태는 방역이 국운에 관련된 명제임을 일깨웠다. 정부의 장마철 방재대책은 철저한 예방과 신속한 사후처리로 재난을 최소화하는 처방이 돼야 할 것이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