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타결 기대를 저버리고 파업과 함께 교섭 장기화 사태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으로 인해 울산지역 추석 대목이 얼어붙고 있다. 임단협 타결 시 나오는 격려금 등이 지난해와 비교해 4,000억원가량 잠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2일 열린 올해 임금협상에서 잠정합의 직전 노조 내부 갈등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추석 이후로 교섭을 미뤘다.
현대중공업 노사도 지난 1일 임단협을 마지막으로 갈라섰다. 이 회사 노조는 3일 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하며 추석 후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자동차는 전체 4만7,000여명 조합원 가운데 2만9,000여명이 울산에 근무한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임단협이 타결되면서 일시금과 성과급 등으로 2,800억원의 현금이 쏟아졌다. 타결됐더라면 올해도 2,000억원 가량의 돈이 풀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도 울산의 1만8,000여명의 근로자가 지난해 1,700억~1,800억원의 돈을 받아 추석을 풍성하게 했다. 하지만 올해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원이 넘는 적자로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노조의 추석 후 파업 예고에 닫힌 지갑이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두 회사 근로자가 집중해 있는 울산 동구의 한 전통시장 상인은 "작년엔 회사가 준 온누리상품권을 들고 온 손님으로 가득했는데, 올해는 영 시원찮다"며 "추석 대목이 며칠 안 남았는데 이대로 가면 작년 절반도 못 벌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여기에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석유화학업체도 예년만큼의 보너스를 기대할 수 없어 울산지역 추석 대목 경기가 더욱 냉랭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지난 3일 발표한 8월 중 울산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 제조업 업황 BSI(기업경기실사지수로 기준은 100)가 68을 기록했다. 이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매월 업황 BSI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BSI가 70 밑으로 떨어진 것은 6차례에 불과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현대차가 파업 등으로 일부 생산을 멈추고, 중공업 사태가 장기화면서 제조업 전반에 걸쳐 내수부진,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강해진 것 같다"며 "석유화학업계도 환율 등으로 장기 침체라 당분간 이런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