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꼬이는 대우車' 배경·전망

겉도는 지원…벼랑끝 협력社 배수진대우자동차 문제가 다시 꼬이고 있는 것은 정부와 채권단, 대우차와 협력업체, 인수협상 중인 GM사 등 이해당사자간의 입장이 서로 달라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대우차 협력업체의 자금난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우차 부도 이후 대형 부품업체만 30개사가 부도났다. 문제는 허리띠를 줄일 수 있는 대로 줄인 협력업체들이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정부와 채권단이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던 긴급자금마저 집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장 10여개 핵심부품업체가 도산위기에 몰려 있다. 자동차부품업계의 하청구조는 1차 협력업체가 수백개씩의 2ㆍ3차 하청업체를 거느리고 있어 대우차 협력부품업체는 1만개에 이르고 있는데 핵심업체의 도산은 재하청ㆍ재재하청 소규모 기업들의 연쇄도산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 대우차 협력업체 연쇄부도 우려 대우차 협력업체는 '1차 협력업체 488개, 종업원 13만5,000명, 2ㆍ3차 협력업체 9,360개, 종업원 30만5,000명' 등 방대한 규모. 대우차 부도 직전 연간 생산량 106만4,000대에 부품공급을 맞춰왔던 이들은 대우차가 부도난 후 조업단축 등을 통해 감산에 들어갔지만 사정이 호전되지 않아 추가적으로 인력감축과 납품단가 인하 등 구조조정을 지속했다. 그러나 대우차의 생산판매 저조로 더이상 졸라맬 허리띠도 없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생산된 대우차는 33만대. 지난해 같은 기간의 57만대에 비해 41.2%가 감소했다. 대우차에 공급했던 기존 납품대금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공급물량 감소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현재 협력업체가 대우차로부터 받아야 할 납품대금은 1조8,000억원. 대우차 채권단은 대우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6월까지 협력업체에 7,279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7월부터는 신규자금 지원이 사실상 막혔다. 당장 올해 말까지 협력업체가 대우차로부터 받아야 할 물품대금 1,269억원의 지급계획도 없어 이달 중 부도업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자금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우차와 산업은행간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 대우차, 산업은행간 의견 서로 달라 산은이 대우차 협력업체에 지원을 약속한 자금은 1,223억원. 7월 협력업체들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받은 정부가 산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산은은 협력업체에 지원된 긴급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대우차 임직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원을 보류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차측은 전문적인 심사기능이 없는 터에 산은의 지원자금을 협력업체에 배분한다 하더라도 그 자금이 정상적으로 사용됐는지를 어떻게 일일이 점검할 수 있겠느냐며 책임을 지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서로 달라 평행선을 긋자 정부가 지난달 말 중재에 나섰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정부대책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자 산업자원부와 재정경제부ㆍ금융감독위원회ㆍ산업은행ㆍ대우차 등은 긴급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긴급대책에는 ▲약속한 협력업체 긴급지원 자금 1,223억원의 조속한 집행은 물론 ▲신용보증기금이 특별보증하는 형태로 중소기업청을 통해 특별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포함돼 있다. 정부는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한 뒤 조만간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대우차 협력업체 지원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대우차 협력업체에 줘야 하는 미지급 물품대금이 1조8,000억원이 이르는데 대우차를 인수하는 GM이 떠안기로 한 것은 겨우 2억5,000만달러(3,250억원 상당)이다. 나머지 1조5,000억원을 떠안을 주체가 현재로서는 불명확한 상태다. 해법으로 공적자금 추가투입, 채권단과 협력업체간 손실분담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양보가 없는 한 또다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공적자금에 대한 국민적인 거부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공적자금 투입도 쉽지 않다. 결국 협력업체들이 부품공급 중단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선 것이다. ◇ GM 매각에 영향은 없나 협력업체들은 대금지급 문제가 조만간 해결되지 않을 경우 GM이 대우차를 인수한 후에도 납품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문을 아예 닫아버리겠다는 입장이다. 조항균 대우차협력업체연합회장은 "정부와 채권단이 산업의 기반이 되는 중소기업 육성을 포기하고 채권회수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산업정책을 포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협력업체 대표들은 대우차를 인수하는 GM에 대한 단체행동까지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이 극단적인 행동에 돌입할 경우 자칫 GM협상에까지 불똥이 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정승량기자 최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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