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리더들이여, 타성을 깨자


이홍구 대표이사_트리밍


인류는 농경, 산업혁명과 같이 수천 년에 걸친 메가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진화했다. 그리고 이제 PC와 모바일을 통해 '디지털'과 만난 인간, 즉 '호모디지쿠스(Homo Digicus·디지털 시대의 신인류)'의 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새로운 역사의 시점에 있다. '호모디지쿠스'가 주도하는 현 트렌드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변화의 속도에 있다. 기업은 안정적 성장에 안주할 시간 없이 매 순간 달라지는 변화의 흐름에 주목하고 미래적 안목으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영원한 강자는 존재하기 어렵다. 포춘에서 매년 발표하는 500대 기업 중 최근 10년 동안 2년 연속 초고속 성장한 기업은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고속 성장률을 기록한 톱10 기업들이 매년 모두 바뀌고 있을 정도다.

기업들에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전략 수립이 쉽지 않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주도권을 잡는 강자가 탄생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최근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기록을 세우면서 북미 쪽에 집중돼 있던 정보기술(IT) 트렌드를 중국 시장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먼저 기업 경쟁력의 트렌드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호모디지쿠스 시대

수십 년 전 기업 경쟁력의 척도는 자원 확보에 달려 있었다. 물적 자원, 재무 자원, 인적 자원 등 경영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원 확보만으로는 경영환경에서 승리할 수 없게 됐다. 이후 확보된 자원을 효율적·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인프라·시스템 구축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원천이 됐다.

호모디지쿠스의 미래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는 자원 확보 및 프로세스·인프라·시스템 확충을 뛰어넘어 경영 자체를 혁신하는 것이다.

수많은 경영자들은 '성공적인 경영' 경험에 기댄 안정적 방식의 경영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이처럼 분초 단위로 바뀌는 트렌드에서 과거의 성공방식에 고착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도널드 설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능동적 타성'이라 설명하고 있다.

즉 오늘날의 개인 그리고 기업 구성원들이 많은 경우 능동적 타성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의 경영환경에서는 예전처럼 단순히 누군가가 명령·지시하고, '시키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자원을 확보하고 프로세스를 수립하는 능동적 타성 방식의 경영으로는 창조적인 미래 경영환경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 자명하다.

경영진은 사회·조직 구성원들이 창조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이 주는 안정적 경로를 벗어나 새로운 가치와 환경의 변화를 인식하고 조직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는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이 시대의 경영자가 갖춰야 할 새로운 경영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인의식·창의성 높이는 환경 필요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업가 정신을 재발현하고 조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회사의 변화에 적극 나서도록 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특히 조직원들의 주인의식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문화를 바꾸는 작업에도 발 빠르게 나서야 한다. 실패에 대한 책임만 묻는 문화가 고착되면 기업 도약의 기회가 왔을 때 도전하기보다는 타성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래의 리더십은 '창조적 파괴' 정신이다. 아름다운 과거의 성공과 영광에서 비롯된 매너리즘을 부수고 새로운 창조를 해내는 도전적인 경영인이야말로 호모디지쿠스 시대에 새로운 성공의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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