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反美파 장악` 인식 완화
한국 외교부 장관 경질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해 가졌던 미국 정부의 우려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임명과 함께 일단 해소된 듯 보인다. 미 정부는 윤영관 장관 경질 이후 후임 인선을 예의주시했다. 윤 장관 경질 배경에 대미 외교를 둘러싼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깔려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인물을 한국의 새 외교 사령탑에 기용하느냐는 곧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려 할 것인가를 재는 바로미터였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미국은 반 장관 임명에 합격점 이상의 평점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의 후임 인선 발표 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반 장관에게 축하 전화를 건 것은 미 정부의 환영 분위기를 보여준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대변인은 16일 두 장관의 통화사실을 확인하며 “미국은 반 장관 임명으로 한미 협력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파월 장관은 “한미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다”면서 “반 장관과 긴밀한 한미관계를 좀 더 증진시킬 수 방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바우처 대변인은 특히 반 장관이 워싱턴에 근무한 적이 있으며 미국에 잘 알려져 있는 인물임을 강조, 양국간 미묘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 미국을 아는 외교관이 기용된 데 환영을 표시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노 정부 출범 후 한미 동맹의 변함없는 지속을 강조해왔지만 내심 노 대통령이 대선 직전의 반미 분위기에 편승해 당선한 지도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미 정부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태생적 속성으로 인해 기존 양국 관계의 일탈을 시도하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미국이 노 대통령을 대하는 데 그 동안 자제를 보였지만 윤 장관의 해임으로 시작된 길을 계속 간다면 미국의 인내는 빠르게 증발될 것이라는 아시안 월스리트 저널의 보도는 미국 내 보수층의 기류를 대변하고 있다.
따라서 미 외교 소식통들은 노 대통령의 반 장관 인선이 미국 내 이런 시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윤 전 장관의 돌연 사퇴는 노 대통령 정부 내 다수인 반미세력의 승리인 것으로 널리 인식됐으나 한국 정부 관리들은 반 장관 임명으로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