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가 미국 멕시코만 원유유출을 막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차단 작업을 벌였으나 또 실패함에 따라 원유 유출에 따른 최악의 환경 오염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더그 서틀스 BP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해저 유정에 있는 폭발방지기(blowout preventer)에 점토 함량이 높은 액체를 쏟아부어 유출을 막는 '톱 킬(top kill)' 방식으로 원유 유출 차단을 시도했으나 실패함에 따라 새로운 대안을 찾기로 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BP는 로봇 잠수함을 투입, 원유가 누출되는 손상된 수직 파이프를 절단하고 차단 밸브를 덮어씌우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차단밸브를 설치하는 데는 4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원유 유출 사태는 장기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틀스 COO도 "이 방식이 효과를 발휘하리라고 확신하지만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BP는 유출 장소를 거대한 돔으로 덮고 파이프를 연결해 원유를 빼내려고 시도했으나 돔 내부에 얼음 모양의 '가스 하이드레이트' 결정체가 만들어지면서 실패로 돌아갔고, 유정에 골프공, 타이어 등 각종 고체 폐기물을 쏟아 붓는 '정크 샷(junk shot)' 방식도 시도했다가 포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유출 차단 시도가 실패로 끝남에 따라 원유유출 사태는 8월중 '감압유정(Relief Well)'이 뚫려 유출을 근본적으로 줄일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기도 한다.
서틀스 COO는 "우리가 유출을 막을 수 없었고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겁을 집어 먹고 있다"며 "지금까지 시도한 여러 가지 차단 방식은 지면과 수표면에서는 실행해 본 적이 있지만 5천피트(약 1,500미터) 깊이에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유출된 원유는 미국 정부 추산에 따르면 약 1,800만~4,000만 갤런(6,800만~1억5,100만 리터)로 이는 1989년 엑손 발데스호 사고를 뛰어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오염 사고로 꼽힌다.
업계 "수급 불균형·에너지 안보 위협" 반발
美정부 "연안 원유시추 잠정 금지" 발표
미국 정부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연안 원유시추를 잠정 금지한다고 밝히자 이런 규제 강화가 중장기적으로 원유 수급 불균형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고개를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컨설팅업체인 우드 맥킨지를 인용, "미 정부가 당초 내년 시행예정인 연안 원유시추 허가를 6개월간 보류한다고 발표하면서 멕시코만에서 하루 8만배럴 가량의 원유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30일 보도했다. 8만배럴은 미 멕시코만의 내년도 일일 생산량(187만배럴 예상)의 약 4%를 차지한다.
미국석유협회(API)는 "정부가 가장 풍부한 자원(심해시추)을 제거한 탓에 미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멕시코만 총 원유생산의 10%를 차지하는 셰브론이 가장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셰브론은 "우리는 연안 시추를 안전하게 수행하고 통제할 능력을 갖고 있다"며 "정부의 시추 중단 방침은 에너지 안보는 물론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FT는 "석유업계는 이번 조치의 장기적 파장이 어떻게 이어질 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앞으로 원유시추 및 유전탐사 등의 조건이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번스타인 연구소는 "미국의 규제강화 흐름이 전세계로 확산되어 새로운 안전기준이 될 수도 있다"며 "이러한 규제강화는 신규 유전의 생산비용을 10%가량 끌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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