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12번째 메이저 우승 '포효'

PGA챔피언십 최종

‘또 해냈다.’ 타이거 우즈가 21일(한국시간) 끝난 제88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파 퍼트를 성공시킨 뒤 양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다./메디나CC(미국 일리노이주)=AP연합뉴스


게임은 첫 홀에서 끝났다. 타이거 우즈(31ㆍ미국)가 3m의 간단치 않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주먹을 불끈 쥐며 승부욕을 드러낸 1번홀 그린. 전날부터 ‘엄청난 압박감을 느낀다’며 걱정하던 루크 도널드(29ㆍ잉글랜드)는 의욕을 더 잃었다.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고 잘 맞은 티 샷이 디보트 깊이 박히는 등 운도 없었지만 공동 선두였던 도널드가 우즈 발목을 잡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그가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앞서 플레이하던 선수들도 마찬가지. 뒤쪽에서 연달아 들려온 함성과 갈채에 일찌감치 역전의 희망을 버리고 2위 경쟁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 18언더로 5타차 정상… 최근 3연속 우승 퍼레이드
‘붉은 셔츠의 우즈’, 즉 4라운드에 나선 우즈는 그렇게 또 ‘역전 불허’의 명성을 이었다. 통산 51승, 메이저 12승째. 12차례 모두 최종라운드 선두(공동선두 포함)에 나서 단 한번도 역전 당하지 않고 세운 기록이다.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메디나의 메디나컨트리클럽(파72ㆍ7,561야드)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 경기인 PGA챔피언십(총상금 650만달러). 우즈는 첫 홀부터 버디 포문을 열었고 버디5개와 보기1개로 4언더파 68타를 보태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올랐다. 그는 전반에만 보기 없이 4타를 줄이며 일찌감치 ‘워너메이커 트로피(PGA챔피언십 우승컵)’를 끌어 안았다. 자신이 세운 메이저 최다언더파(18언더파ㆍ97년 마스터스, 2000년 PGA챔피언십)를 깨지는 못했으나 2위의 숀 미킬(37ㆍ미국)을 무려 5타나 따돌린 ‘탁월한’ 플레이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191야드의 파3인 17번홀에서 티 샷을 벙커에 넣은 뒤 파 퍼트를 실패해 유일하게 보기했던 것 정도. 우즈는 우승상금 122만4,000달러를 챙겨 시즌 합계 635만달러로 랭킹 1위를 질주했고 시즌 5승(메이저대회 2승)으로 ‘올해의 선수’를 예약했으며 PGA챔피언십만 3승째를 기록했다. 최근 출전한 3개 대회 연속 우승퍼레이드도 펼쳤다. 그는 또 같은 코스(메디나CC)에서 PGA챔피언십 2승(99년, 2006년)을 올린 첫 선수이며 2년 연속(2005년 마스터스ㆍ브리티시오픈) 메이저 2승을 올린 유일한 선수가 됐다. 올해는 연이은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타이거 슬램에 재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타이거 슬램은 우즈가 99년 PGA챔피언십 이후 2000년 브리티시오픈까지 4개 메이저에서 연속 우승한 것을 일컫는 말로 그랜드슬램(한 시즌 4개 메이저 연속 우승)에 빗댄 것. 팬들을 가장 흥분 시키는 대목은 역시 메이저 통산 12승째라는 기록이다. 메이저 다승 부문에서 월터 헤이건(11승)을 따돌리고 2위에 올라 잭 니클로스의 18승 돌파를 노리게 됐다. 우즈는 데뷔 10년만에 12승을 기록, 25년 동안 18승을 기록한 니클로스에 비해 승수 달성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만간 신기록을 작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우즈와 공동 선두였던 도널드는 결국 버디 한 개도 없이 보기만 2개하며 6타 뒤진 12언더파로 처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애덤 스코트(호주)와 공동 3위를 형성했다. 지난해 우승자인 필 미켈슨(미국)은 이날 2오버파로 부진, 합계 6언더파로 어니 엘스(남아공) 등과 공동 16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