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기축통화 되려면 5년이상 걸려"

"인위적 평가절하 자제해야"
외환정책에 영향력 큰 위융딩 소장 발언에 中당국 움직임 '관심'


“위안화가 무역결제에 널리 쓰이고 보유외환 통화로서의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중국정부가 시장에서 위안화를 팔아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 외환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은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외환시장 개입을 점차 줄여나가 궁극적으로 환율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정부가 해외 투자를 더욱 독려하는 한편 해외 기업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확대해 국제적으로 위안화가 더 많이 통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중국 외환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위 소장이 위안화의 인위적인 평가 절하를 통한 수출 확대에 강력한 부정적 메시지를 보냄에 따라 중국 당국이 모종의 정책 변화를 추구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위 소장의 발언은 실제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연결된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005년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고정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일정 밴드에서 움직이는 보통통화 바스켓제로 외환시장 시스템을 변경한 것도 위 소장의 위안화 평가절상 촉구에서 비롯됐다. 올 2월에는 위 소장이 달러화를 대체할 슈퍼통화 창설이 필요하다고 주창하자 원자바오 총리가 곧바로 이를 이어받아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를 바꿀 새로운 통화의 필요성을 공개석상에서 밝혔다. 가깝게는 6월 위 소장은 당시 중국을 방문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미국은 미 국채에 대해 너무 자신하지 말아야 하고 경제 건전성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며 “중국은 달러 외에 원자재나 유로화 등 투자를 대체할 수 있는 대상을 여러 개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고위층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가이트너 장관에게 말하기 어려웠던 것을 위 소장의 입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위 소장은 위안화 평가절상론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특히 해외에서 이름이 높은 중국의 대표적 경제학자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지난 1년간 45%나 늘리며 현재 7,764억달러나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하지만 미국 국채 가격이 미국 경제 침체로 크게 떨어지고 이에 따라 보유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 국채 등 달러화 자산에 편중된 외환 보유 포트폴리오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위 소장은 “미 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되레 달러화 자산에 투자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오히려 미 달러화와 미 국채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 국채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오던 중국이 7월 들어 미 국채를 대거 매각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도 장기적인 외환 포트폴리오 재구성 작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위 소장이 주장한 것처럼 인위적인 위안화 매도를 통한 평가절하 작업을 중국 정부가 손쉽게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터에 위안화 절상을 통한 수출감소 유도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대신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를 유도해 시중에 넘치는 달러화를 밖으로 빼내는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원 총리는 7월20일 정부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해외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올 들어 안정적 석유 공급을 받는 대가로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에 100억달러를 지원하고 아프리카와 러시아의 광산 등 에너지 자원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위 소장은 “중국이 무역흑자를 해외 투자로 적절히 돌린다면 위안화 절상 압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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