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곡물 메이저 진입" 日 발빠른 행보

마루베니, 中최대 사료업체와 손잡고 중동·阿등 신흥국 공략 나서
미쓰이물산·소지쓰 등 다른 종합상사들도 사업 박차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들이 세계곡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5대 곡물 메이저에 진입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 최대의 곡물판매회사인 마루베니는 17일 중국 최대 규모의 농축산업체인 뉴호프리우허(新希望六和)와 손잡고 중동ㆍ아프리카ㆍ남미ㆍ동유럽 등 신흥국에서 곡물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투자금액은 향후 3년간 300억엔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일본의 다른 종합상사들도 메이저들과의 곡물 쟁탈전에 뛰어들겠다는 청사진을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해 미쓰이물산은 브라질 멀티그레인사를 완전자회사로 끌어안았다. 소지쓰는 아르헨티나 농업회사와 제휴해 곡물 생산에 돌입했다. 소지쓰는 베트남 제분회사에 대한 지분출자로 곡물판로 확보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루베니는 이번 제휴로 식량수요가 급증하는 신흥국에 배합사료 공장을 설립하고 곡물저장 설비를 갖추는 등 집중적인 투자에 나서 미국 카길 등 세계적인 곡물 메이저의 입김이 비교적 약한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내 연간 사료생산 1,300만톤 규모에 달하는 뉴호프리우허와 손잡고 곡물판로를 확대함으로써 세계 곡물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루베니는 우선 내년부터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진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15년에는 중동과 아프리카 7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이 지역에서의 곡물 취급량을 500만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마루베니의 곡물 취급량은 연간 2,200만톤, 올해는 2,500만톤에 달할 예정이며 이들 신흥국 진출에 따른 증가분을 감안할 경우 2015년에는 곡물 취급량이 연간 3,000만톤을 넘어서며 세계적인 곡물 메이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5대 곡물 메이저의 곡물 취급량은 1위인 미국 카길이 3,500만톤 규모이며 뒤이어 미국 아처대니얼스미드랜드(AMD)와 벙기, 프랑스 루이드레퓌스사가 각각 3,000만톤, 스위스의 글렌코어가 2,500만톤 규모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마루베니가 합작사업의 타깃 지역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 주목한 것은 사료수요 증가에 힘입어 향후 가파른 곡물수입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곡물 수입량은 지난 2008년 5,400만톤에서 2020년에는 8,000만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카길 등 굴지의 곡물 메이저가 세계 최대 곡물소비 지역인 아시아에서 공격적으로 판로확보에 나서는 것과 달리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기 때문에 시장선점에 유리하다는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루베니는 이미 중국 내에서도 뉴호프리우허와 합병사업을 벌여 이르면 올해 안에 사료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브라질에서도 현지 농업기업과 제휴하는 등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마루베니의 오카다 다이스케 상무는 지난해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메이저와의 협업 및 중견기업 매수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5년 내 곡물 취급량을 3,500만톤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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