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 부처 합동 업무 보고회.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첫 여성은행장이 돼 전향적인 마인드를 갖고 창조적인 기업을 돕기 위해 노력한 데 감사한다. 권 행장을 좀 본받으라"며 권선주(사진) 기업은행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실제로 권 행장은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많은 2조원 규모의 기술금융을 시행하면서 정부 정책의 선봉장이 됐다. 대통령까지 권 행장의 압도적인 기술금융 실적인 인정한 셈이다.
여세를 몰아 권 행장은 "기술금융이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행 내 기술금융 관련 사안을 하나하나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권 행장이 최근 업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시작한 것이 바로 벤처투자다.
벤처투자는 기술금융의 '정수'로 불린다. 같은 기술금융이라도 대출로 받은 경우 다달이 이자를 내야 하지만 투자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담보나 신용이 없어도 기업의 기술력만을 평가해서 가능성에 투자한다는, 기술금융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방식인 셈이다.
가시적인 움직임은 지난 14일 조직개편을 통해 벤처투자를 전담할 투자금융팀을 신설한 것이지만 사실 투자금융팀을 만들기까지는 무려 1년 6개월여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
기업은행은 2013년 중순 기술 평가에 정통한 평가 위원 10명을 외부에서 위촉, 기술평가 조직을 신설해 부동산 담보 위주 대출에서 기술력 평가를 통한 지분투자로 중소기업 지원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 첫 결실은 지난해 9월 탄생한 '기술투자프로그램'이다. 총 300억원 규모의 투자 지원이 기술투자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다. 재무제표상으로는 대출을 할 수 없고 담보도 없는 기업이 해외에 진출한 성공 사례도 나왔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자동차용 고기능성 폴리머를 만드는 세프라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합작법인 설립 및 인도 타타그룹과 조인트 벤처 설립 등으로 인한 투자자금 및 운영자금 조달을 검토하던 중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기업은행의 지분투자 20억원을 지원받았다. 서정학 기업은행 기술금융부장은 "해당 기업은 기업은행의 지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이 30% 이상 늘고 글로벌 수주가 확대되는 등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현재 투자금융팀은 내부 직원 3명과 투자전문 계약직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됐다. 기본적으로 기술금융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하반기 채용에서도 이공계 지원자들을 적극 선발, 기술금융의 인적자원도 확충해 나가고 있다.
김영규 기업은행 투자금융(IB)본부장은 "올해는 지난해 방송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창업 오디션에서 선발된 업체들을 중심으로 벤처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지원 대상이 스타트업 기업인 만큼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기업은행 자체 컨설팅인 '희망컨설팅'을 통해 지원 기업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