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채·어음 등 조달창구 완전막혀/중견·중소업체 “연말께가 고비”기업들의 자금조달창구가 원천봉쇄돼 차입금 상환연장 등 특단의 조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재계의 숨소리가 갈수록 가빠지고 있다.<관련기사 3면>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삼성 등 주요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주식발행은 물론 회사채·CP(기업어음)·무역금융·어음발행 등 금융권과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창구가 모두 막혀 고사직전에 몰려 있다.
업계는 자금수요가 몰리는 연말이 코앞에 있어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연말연시를 전후해 일부 대그룹과 중견·중소기업들의 무더기 도산사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부도 도미노 공포는 부실 한계기업뿐 아니라 재무구조가 건실한 대그룹, 우량기업들까지도 어쩔 수 없이 함께 무너질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S그룹의 재무담당자는 『어렵게 금융기관의 보증을 얻어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인수기관들이 자금난을 이유로 인수를 기피해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했으며 다시 종금사를 찾아갔으나 역시 문전박대당했다』며 『이대로 가다간 한달을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채·CP는 물론 4대그룹계열 대기업들이 제시하는 기한부 수출환어음(DA)이나 대금추심기간이 10여일 정도에 불과한 일람불수출환어음(DP)도 금융기관들로 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H상사 관계자는 『해외법인들의 경우 신용장을 개설하려 해도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있다』며 『이같은 수출입금융제한에 따른 자금난은 4대그룹은 물론 우리 업체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켜 외화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은행이나 종금사들은 『금융기관 자체가 부도난 지경에 기업들에 꿔 줄 돈이 어디 있느냐』고 토로한다.
전경련관계자는 『지난 27일 30대그룹 기조실장들이 정부에 연말까지라도 차입금상환을 연기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기업들이 그저 우는 소리가 아니라 사태의 심각성을 밝힌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현상황을 경제비상사태로 인식하고 물가를 좀 희생하더라도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동해 ▲통화공급의 대폭 확대 ▲실명제 보류 ▲기업차입금과 만기 도래어음의 상환연기 ▲실질적이고 강도높은 증시안정책 마련 등 특단의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김희중·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