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입사 2년 차인 A씨는 지난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금융기관에 취직을 했지만 기쁨도 잠시. 20%나 깎인 월급통장을 확인한 뒤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더구나 선배들의 월급을 알게 된 뒤 낙심은 더욱 컸다. A씨는 "대학 후배들이 저의 월급을 묻고는 지원을 포기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이직도 고려했다"면서 "올 연말까지는 정상화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009년 이후 초임이 삭감된 신입행원 등 금융권의 초임 임금 회복이 해를 넘기게 됐다. 10월20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011년도 임금협약을 체결하면서 금융권 초임임금 회복에 대한 원칙을 합의했지만 개별협상이 더뎌지면서다. ◇초임 임금 회복 합의 봤지만=당시 세 가지 부문에서 원칙합의는 이뤘다. 2009년 2월 이후 채용된 신규직원의 임금 대상을 대상으로 총 인건비 내에서 기존 직원보다 높게 인상해 임금격차 조정 가능하다는 것을 포함해 ▦임금격차 조정은 기관 특성에 따라 단계적(2년 이상) 추진 ▦임금격차 조정 완료 시점에서의 대졸초임(1년 차)은 2009년 2월 이전 수준을 넘지 않는 것으로 한다는 게 요지다. 물론 적용시점은 2011년 7월이어서 그 이전 삭감 분은 소급대상에서 제외된다. A씨는 "34개 기관이 참여했던 만큼 임금회복에 속도가 붙을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로 눈치보기로 개별협상 지연=초임 회복이 더뎌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각 기관별 개별협상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사업구조개편과 인수합병, 매트릭스 제도 도입 등을 두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신입행원 초임 회복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버린 것이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내년 3월 경제와 금융 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놓고 노사가 충돌하면서 초임 회복에 대한 노사교섭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시중은행 역시 지부별로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 다른 은행들이 결정하면 거기에 맞춰 임금 회복 수준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모 은행은 국책은행 등의 기준을 참고해 올해 7월부터의 초임 임금 삭감분을 75대25 비율로 소급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역시 결정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인사시즌과 겹치고 인사담당 임원들이 바뀌기도 해 지부별 교섭이 주춤하다"면서 "여기에다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정부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입사한 금융계 신입직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고용 확대와 고통분담을 위해 평균 20% 삭감된 임금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