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부동산 투자 급랭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부동산 투자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관련 기업과 반기보고서 미제출 기업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올 상반기 토지와 건물 취득 총액은 3,986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359억원)에 비해 약 40%가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해 상반기 약 842억원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지만 올해는 85억원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롯데쇼핑도 420억원에서 16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침체가 기업들의 부동산 투자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매매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사무실 공실률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투자 목적으로 건물을 매입할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가 필요한 기업들도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로 내놓은 부동산이 잘 팔리지 않는 것도 기업들의 부동산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처분 물량이 팔리지 않으면서 투자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것이 다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의 토지 및 건물 매각액은 지난해 상반기 3,085억원이었지만 올해는 765억원에 불과했다. 1년 사이에 6분의 1로 줄어든 극히 부진한 성적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금감원에 토지나 건물을 팔았다고 보고한 곳은 상장사와 비상장사 포함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7개 기업에서 1,677억원을 팔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법인고객을 두고 있는 서울 대치동의 한 증권사 지점장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보유 부동산츨 매물로 내놓았다는 기업인들을 가끔 만나지만 대부분 ‘팔리지 않아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만 듣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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