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공원 '新 명품거리' 떠올라

플래그십스토어·수입편집숍등 줄줄이 자리잡아
영화관·고급레스토랑 즐비… 명품족 발길 잦아



속칭 명품족인 정지영(35ㆍ의사)씨는 이른바 '도산공원 단골고객'이다. 이 곳의 에르메스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에르메스 신제품을 구경한 후 2층 갤러리에서 신인작가들의 작품들을 관람하는 즐거움이 쏠쏠해서다. 무료인데다가 사람들도 없어 조용히 미술품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건물 지하 '카페 마당'에서 커피한잔의 여유를 가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캐주얼한 제품을 사고싶을 때는 인근의 랄프로렌, 마크제이콥스 플래그십스토어를 찾는다. 서울 강남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가 새로운 명품 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공원과 영화관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있는 이 일대에 명품 숍들이 잇따라 자리잡으면서 명품 고객들의 발길도 덩달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압구정 등 다른 곳에 비해 덜 붐비는 탓에 사람에 치이지 않는 '우아한' 쇼핑과 고급스러운 문화생활, 도심 한복판의 공원까지 즐길 수 있다는 특성이 어우러져 도산공원 일대가 명품 쇼핑족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즉 박물관, 고급 레스토랑, 공원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결집돼 있어 '와우팩터(Wow Factorㆍ소비자들의 눈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산공원 근처에는 '호림박물관'외에 '클라란스 스파' 모발ㆍ피부관리숍 '아베다 포레스타' , 이탈리아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있다. 도산공원을 시작으로 왼편에 랄프로렌, 김연주 부띠끄, 에르메스 플래그십 스토어가 줄 지어 잇고 건너편에는 마크제이콥스와 수입편집숍들이 즐비해 있다. 또 최근 '폴스미스'까지 에르메스 건너편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라 웬만한 명품 브랜드는 다 여기에 모여 있는 셈. 지난 1990년대 제1세대 명품거리 압구정 로데오에서 바통을 이어 받은 게 2000년대 제2세대 명품거리 청담동 이라면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가 제 3세대 명품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영국 패션브랜드 '폴스미스'는 내년 8~9월께 3층 규모(약 165㎡)로 도산공원주변 명품캐주얼브랜드 CP컴퍼니 뒤쪽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한다. 지난해 4월 청담동에 오픈한 현재 폴스미스 플래그십스토어는 문을 닫는다. 오는 9월께 공사에 들어갈 폴스미스측은 지하 1층은 미술관으로 활용가능한 갤러리로 ,지상 1~2층은 폴스미스 의류 매장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3층은 폴스미스 국내 유통을 전담하고 있는 '럭스플로전(Luxplosion)' 사무실로 운영된다. 폴 스미스 관계자는 "현재 디자이너와 계약을 체결하고 인테리어 초안을 끝마친 상태"라며 "새로 오픈하는 플래그십스토어는 타 브랜드 매장과 차별화 된 도산공원을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말에는 '마크제이콥스'가 프리스탠딩 스토어를 열었다. 같은 건물 2층에는 '마크by마크제이콥스'가 입점키로 했다. 또 같은 시기에 '랄프로렌'이 총 3층 총 790㎡ 규모로 둥지를 틀었는데 아시아에서 두번째 크기다. 이 밖에 지난해에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명품 편집매장 '분더샵'의 아웃렛인 '블러시(blush), 해외 컬렉션 제품을 모아놓은 편집매장 '눌(null)', 프랑스럭셔리아동복 브랜드 '봉쁘앙(bo point)', 한섬이 운영하는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 다운스테어즈', 수입안경테 편집매장인 '웨이브' 등이 줄 지어 들어섰다. 명품 중의 명품 '에르메스'도 2006년 이 곳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샤넬도 도산공원에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제이콥스 관계자는 "예전에 명품숍들이 접근성이 좋고 주변 상권의 시너지 효과를 중요시해 청담동 명품거리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잘 알려지지 않는 소위 '그들만의 세상'을 원한다"며 "도산공원은 명품 소비 뿐 아니라 문화까지 향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하이 스탠다드' 고객서비스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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