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론/7월 6일] 경제 불안요인 잠재우려면

장민(한국금융연구원거시경제연구실)

최근 국내외 경제지표들이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가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 없는 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에는 아직도 많은 걸림돌이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실업률 상승, 소득 감소 등으로 주요국의 소비 여건이 취약해 수출의 빠른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도 기업 및 가계 부실, 고용 불안 등 상당한 문제들이 잠복해 있다. 기업·가계 부실 문제 풀어야
해외 여건들은 개선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글로벌 경기의 호전 시점에 우리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내부 불안 요인들을 조기에 해결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가 지닌 문제로 우선 기업 및 가계의 부실 가능성을 들 수 있다. 그동안의 기업 대출 증가세 지속으로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지난 2005년 말 247조원에서 올해 5월 말 415조원으로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도 같은 기간 29조원에서 58조원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이 명목 경제성장률이나 매출액 증가율 등 실물경제활동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점은 대출 건전성이 취약한 상황임을 나타낸다. 실제 경기 둔화 지속에 따라 올 5월 말 기준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6%로 2007년 말 대비 1.6% 포인트나 상승했다. 가계의 부실 가능성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2005년 이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올 3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650조원에 이르고 있다. 가계가 부담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16% 수준을 웃돌고 있는 가운데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도 계속 악화되면서 최근에는 신용카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의 부실은 필연적으로 금융회사의 부실을 초래한다. 국내 은행의 올해 5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은 1.60%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56% 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부실이 증대될 경우 대출이 감소하고 다시 기업과 가계의 부실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고용 사정 악화도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5월 신규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2만명이 감소했고 실업률은 3.8%로 상승했다. 특히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상대적으로 더욱 악화되면서 구직단념자 및 취업준비자 등을 포함한 유사 실업률은 5월 현재 7%대 중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쏠리면서 자산 가격 급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흔들림 없는 구조조정 추진을
이 같은 국내 불안 요인들은 최근의 경기부진으로 확대된 측면이 있으나 대부분 상당 기간 잠복해 있던 것들이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이들 요인을 잠시 덮고 지나가는 미봉책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 경쟁력이 없는 부분을 도려내는 아픔 없이 기업의 체질 강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효과적 구조조정을 위해 대기업으로 하여금 산하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유도하는 한편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갖춘 독자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미래 성장산업을 발굴·육성하는 것도 설비 투자 확대와 고용 여건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 회복 강도를 봐가며 적절한 시점에 필요 이상의 유동성을 환수하는 것도 안정성장 기반 확립에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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