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마침내 12년 불황 벗어나나.
경기 기조 판단에 대해 그 동안 보수적 입장을 보여온 일본 정부가 지난 19일 3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 회복`을 공식 선언한 것은 앞으로의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자신감은 최근 경기 회복의 모티브가 정부 지출이 아닌 민간 소비 회복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지속성이 담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카나카 헤이조 재정ㆍ금융성 장관은 19일 관계 각료회의에 제출한 1월 월례경제보고서에서 “경기 기조가 설비투자와 수출 증가로 착실히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본 경제가 기업 수익이 개선되고 설비투자가 증가하는 등 견실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경기 기조 판단은 종합적인 경기 상황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판단으로 일본 정부가 월례경제보고에서 `회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난 2001년 1월 이후 3년래 처음이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평가는 주로 지난해 이어 올해 2년 연속 일본 경제 성장률이 2% 내외를 기록할 것이란 낙관적 전망에 따른 것. 2001년 말 마이너스 3%대로 곤두박질쳤던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2년 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된 뒤 2003년 2%대로 올라섰다. 올해는 1.8% 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2005년 이후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플러스로 전환, 10년 넘게 진행돼 온 장기 디플레도 일단락될 것으로 진단했다. 디플레 종식은 일본의 국가 신용도 재고는 물론 GDP의 7% 달하는 부실채권 문제로 고전중인 금융권 개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특히 생산 시설의 중국 이전으로 산업 공동화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제조업이 지난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데 큰 탄력을 받았다. 도쿄 증시 상장 기업 중 전자 및 자동차와 철강 등 주요 수출 기업의 80%가 대중 수출 증가로 지난해 40%에 육박하는 수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제조업의 호조는 곧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그동안 경제 위협 요인으로 작용했던 일본의 증시 변동성도 완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증시는 1만1,036.33엔으로 마감,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만 1,000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긴 이르다는 경계론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 12년 장기침체 동안 두 차례에 걸친 경기 확장 국면에서 디플레 탈출의 기회를 놓친 전력이 있기 때문. 또 엔고에 따른 수출 업계의 부담, 5%대의 높은 실업률, 임금 상승률 완화 추세 등도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복병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