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형銀, 글로벌 자금시장 큰손으로

저금리 바탕 M&A·신디케이트론 늘어


일본의 대형 은행들이 글로벌 자금시장의 새로운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신용위기로 대출을 줄이며 보수적 경영으로 선회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위기의 타격을 덜 받은 일본 대형 은행들이 글로벌 인수ㆍ합병(M&A) 및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씨UFJ파이낸셜(MUFJ)의 지난해 4ㆍ4분기 해외 대출 규모는 전년 동기 보다 무려 20%가 증가한 1,150억 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MUFJ와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인도 타타 자동차가 포드사의 재규어 및 랜드로버를 인수하는데 들어간 자금 30억 달러를 지원한 8개 금융회사에도 포함되어 있다. 도쿄 MUFJ의 나가야수 가쯔노리 은행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M&A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며 “2년 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3대 은행인 MUFJ, 스미모토미츠이은행(SMFJ), 미즈호의 지난 1ㆍ4분기 신디케이트론 대출 점유율은 전년 동기 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의 JP모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감소했다. MUFJ의 신디케이트론 점유율은 전년 동기 보다 4%가 증가해 13위에서 7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SMFJ와 미즈호 역시 올 1ㆍ4분기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해 전년 동기의 16위, 7위에서 순위가 올랐다. 일본 은행들이 약진하고 있는 것은 서구 은행들이 신용위기로 대출을 줄이며 주춤하는 사이 저금리를 바탕으로 자금 공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지난 1980~90년대 자산 버블에 따른 부실자산 처리문제로 세계 무대에서 사라졌던 일본 은행들이 다시 되돌아오고 있다”며 “글로벌 신용시장의 위기가 일본 은행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