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자동차 산업에 성공하고, 한국은 어떻게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의 우위를 갖게 됐을까? 또 미국의 철강 산업은 왜 쇠퇴했을까? 마이클 포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특정 산업에서 한 국가의 성패가 갈리는 이유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저자는 국가 번영의 기반이 되는 해당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해 10대 무역 선도국인 미국ㆍ독일ㆍ일본ㆍ영국ㆍ스웨덴ㆍ스위스ㆍ이탈리아ㆍ한국ㆍ덴마크ㆍ싱가포르의 100여개 산업과 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연구를 바탕으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비견되는 글로벌 시대의 '신(新) 국부론'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전작인 '경쟁전략' '경쟁우위'가 기업전략의 바이블이라면, 이 책은 국가 차원의 경쟁우위를 다룬 전략서이다. 책의 백미는 산업경쟁력을 분석하는 '다이아몬드 이론'으로 경쟁력의 기본은 산업생산성에 달려 있으며 이는 4가지 조건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요소 조건 ▦수요 조건 ▦관련 산업 및 지원 산업 ▦기업의 전략과 조직의 경쟁 상황 등이다. 현대 글로벌 경쟁에서 번영은 국가의 '선택'이다. 경쟁력은 더 이상 유리한 유산을 물려받은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만약 생산성에 기반한 정책과 법과 제도를 구비한다면 국가는 번영할 수 있다.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자국 내의 높은 임금과 노동력 부족이라는 요소 열위를 자극 삼아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전략으로 경쟁력을 축적했다. 소비자의 까다로운 성향이 성장에 약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휴대폰 산업은 신제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련된 소비자에 의해 견인됐다. 관련 및 지원 산업과의 연계가 경쟁력을 좌우하기도 한다. 칼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협력한 독일의 졸링겐, 스위스 제약회사 바젤, 세계적인 세라믹 타일 회사인 이탈리아 사수올로 등 세계적인 클러스트 성공사례에서 보듯 상호 관련 기업과 공급자, 관련 산업 및 전문화된 기관들의 그룹이 경쟁력의 근원이다. 기업의 전략적 선택이 결정적인 경우도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부족한 기술과 관련 산업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경영자의 과감한 투자결정이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책은 비록 198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 경쟁우위 사례를 제시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파행을 겪는 오늘날의 국가 경쟁력을 설명하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혁신과 창조라는 기업가 정신에 근거하지 않고 금융적인 기회에 골몰해 근원적인 산업경쟁력을 상실한 결과다. 저자는 임기응변식의 '묘수'가 아닌 근본에 충실한 '정수'를 위한 논리를 제시한다. 정부의 정책은 눈앞의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방향이 아니라 근원적인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또 국민 모두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교역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도록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 기업전략도 긴축경영과 같은 단기처방에 의존하기 보다는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삼아 근원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돼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