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신세계 이마트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그동안 제기돼온 노조 설립 방해와 노조원 사찰 등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증거 수집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고용부의 유례없는 대기업 압수수색은 취임을 앞둔 새 정부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기치로 내세우는 경제 민주화를 염두에 두고 재계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7일 고용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번 압수수색 대상은 이마트 본사와 동광주ㆍ구미ㆍ부천ㆍ신도림ㆍ동인천ㆍ수지점, 컨설팅 업체 등 총 13곳이다.
고용부 고위관계자는 "이들 지점은 이미 노조 설립 방해와 노조원 감시 등에 대한 실제 의혹이 사례별로 제기된 곳"이라며 "압수수색은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1월17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특별근로감독에서 숱하게 터져 나온 의혹과 관련해 포착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마트 본사와 각 사업장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회사 직원을 문제사원·관심사원 등으로 구분해 노조 활동 동향은 물론 사생활까지 조직적으로 감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압수수색 대상에 이마트에 노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 두 곳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만도 등에 노조 무력화를 위한 컨설팅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데 이어 또 한번 유사한 사례가 당국에 포착된 것이다. 우선 브릿지컨설팅의 경우 노조원 동향 파악과 포섭을 위한 전략은 물론 노조 설립 초기의 대응 방법과 단체교섭 지연 시나리오 등까지 상담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법인 한림은 이마트와 정식 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노조 내부의 온건파를 파악해 이들의 세를 불리는 방법 등을 자문한 것으로 드러나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외에 이마트에서 노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1명의 거주지와 이마트 물류센터, 협력업체 두 곳 역시 증거 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당했다.
특별근로감독 정도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고용부가 전례 없이 대기업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새 정부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새 정부가 경제 민주화를 핵심기치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사태 재발 방치를 위해 재계에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복잡한 이슈인 순환출자 등의 문제와 달리 근로자의 권리나 사업주의 횡포 등 노사 문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이슈"라며 "새 정부가 이번 사건을 기회 삼아 법과 원칙이라는 핵심 모토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느닷없는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신세계는 "창사 이후 최악의 악재"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5일 베이커리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서 12시간 동안 소환 조사를 받았다.
정 부회장은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 함께 국회 국정감사 외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정식 재판에도 회부된 상황이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오너 일가를 직접 불러 조사하고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하니 직원들이 불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한숨을 내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라면서도 "성실하게 조사를 받고 결과에 따라 회사 자체를 새롭게 만드는 '리빌딩'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