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구매기업(대기업)이 발행한 외담대를 갚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보험제도를 도입하고 보험료도 은행과 하도급자가 분담토록 하는 등 하도급자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담대는 대기업이 공사ㆍ물품대금을 어음(외상매출채권)으로 지급하고 하청업체는 그 어음을 담보로 은행에 돈을 빌리는 제도다. 기존 상업어음의 병폐인 ▦중소기업 연쇄부도 ▦장기어음 지급 ▦하도급자의 고액 할인료 추가부담 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외담대는 하도급자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도급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상환일자에 대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하도급자가 상환책임을 떠안는 것이다. 상환하지 않은 대기업에 금융제재도 없다.
반면 다른 지불 수단인 기업구매전용카드나 기업구매자금대출은 대기업이 자신의 명의로 보증을 받거나 대출을 받아야 한다. 상환책임이 대기업에 있고 미상환시 금융제제도 받는다. 대기업들이 기업구매전용카드 등의 수단을 등한시한 채 외담대만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외담대는 이미 제도의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 대기업의 부도를 막고 자금난을 해소시켜주는 반면 하도급자의 숨통을 죄는 제도로 전락했다. 어렵게 피땀 흘려 일한 하도급 공사비가 대출이자로 새나가 은행이윤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금융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보험제도는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채권이 채무로 변하고 대기업의 금융책임이 없는 등 제도의 문제점과 원인은 그대로 두고 치료만 하자는 것이다.
외담대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외담대 대신 기업구매전용카드나 기업구매자금대출을 활성화해 대기업의 공사비 지급책임을 강화하고 하도급자의 불필요한 부담을 제거해야 한다.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구매대금을 상환하지 못한 대기업에 어음부도와 동일한 수준의 금융제재를 가해야 한다.
하도급자가 받아야 할 공사비를 정당하게 받고 대금을 받기 위해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제도가 사라져야 하도급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 전국 수십만 중소기업의 생사가 달려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