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이대론 안된다] <상> 외풍에 너무 취약

시장개입 약발 안먹혀 수출기업탓만
당국 "역외세력 팔면 국내기업도 덩달아 팔아"
업체 "하락 뻔한데 달러 가지고 있나" 푸념

[외환시장 이대론 안된다] 외풍에 너무 취약 일개 기업 움직임에도 환율 '출렁'거래규모 세계 19위·절상폭 3위 "너무 급격"외환당국-수출업체들 "서로 네 탓" 원망만시장개입도 계속 무기력… 근본 해법 찾아야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원ㆍ달러 환율이 일순간 940원대마저 붕괴되며 8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들어 가속화된 환율급락에 채산성 악화를 호소하는 기업은 급증하고 있지만 외환당국은 "시장이 급락할 경우 필요한 조치(스무딩 오퍼레이션)를 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기업들의 기대에 호응하지 못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여전히 외풍에 취약한 이유와 대응방안을 시리즈를 통해 모색해본다. 원ㆍ달러 환율 1,000원대가 붕괴된 지난 1월4일.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발(發)' 쇼크가 덮치자 원ㆍ달러 환율은 순식간에 급락했다. 환율급락의 징후는 이미 이틀 전부터 포착됐다. 달러 약세에 베팅한 역외 투기세력들이 달러화를 슬그머니 내팽개치고 있었던 것. 그러나 외환당국은 순간적인 '쏠림' 현상만 해결되면 곧 네자릿수를 회복하고 나아가 연평균 기준으로 지난해(1,024원)보다 높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미국의 외풍이 채 식기 전인 2월4일. 이번에는 국내 요인이 환시장을 또 한번 휘청거리게 했다. 롯데쇼핑 해외상장으로 유입될 27억달러가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엔ㆍ달러 상승세와는 반대로 960원대로 급락했다. 시장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일개 기업의 움직임에도 시장이 출렁거린 것이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마디 하면 반응이 있었는데 시장규모가 커지고 기업들이 막무가내로 팔아대니 당할 재간이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국내 외환시장 규모는 실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 외환시장 규모는 선진국은 물론 같은 아시아권인 홍콩이나 싱가포르에도 비해서도 아직 작은 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장의 외환 및 장외파생상품거래량은 220억달러로 전세계 거래규모(3조1,000억달러)의 0.6%를 차지하고 있다. 거래비중 순위는 2001년 22위에서 2004년 19위로 세 계단 상승했지만 1,420억달러(3.6%)의 싱가포르, 1,170억달러(3.0%)의 홍콩에 크게 못 미친다. 시장규모에 비해 절상폭은 가히 위협적이다. 지난 한해 동안 '나홀로 절상' 기조를 보였던 원화환율은 올들어 7.6% 절상되며 세계 3위의 절상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만달러화와 엔화환율은 각각 2.1%, 1.9% 절상되는 데 그쳤다. 최근 외환당국과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기업들은 서로를 원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3월 한달 동안 헤지 목적으로 실시한 선물환 순매도 금액은 42억달러로 무역흑자 대비 4.1배에 달한다. 변재영 한국은행 국제기획팀 팀장은 "정보력에 앞선 역외가 외은 지점을 통해 달러를 팔기 시작하면 국내 대형 은행들이 뒤따라가는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추세가 뻔히 보이는데도 달러를 들고 있으라는 말이냐"고 반박한다. 국내 현물환거래규모의 65%를 점하는 역외의 공격이 언제 되풀이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수출업체들로서는 '원화 강세'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 외환시장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꼭 외부적인 요인이 없더라도 원ㆍ달러 환율 900원대가 무너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외환당국의 상승 노력도 그때마다 고스란히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뭔가 외환시장에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입력시간 : 2006/04/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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