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윤수 경영미학]

필자의 컬럼이 일주일에 한번 꼴로 연재되면서 벌써 30회에 이르렀다. 이제 이번회를 끝으로 대미를 장식하고자 한다.필자는 경영 현장에서 겪은 기본적이고도 체험적인 육성을 가급적 소박하고 진실되게 담아 보고자 했다. 그간 독자와 친지들께서 보내주신 공감어린 격려와 조언에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신 서울경제신문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세기 말 공산주의의 붕괴는 세기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의 일등공신 중 하나는 팩스밀리였다. 팩스밀리를 통해 자유의 물결과 정보가 공산주의 장막을 뚫고 폭포처럼 흘러 들어가 이윽고 얼음바위 같던 냉전 이데올로기를 녹여 버린 것이다. 새 밀레니엄이다. 이미 팩스밀리는 아득한 옛 이야기다. 21세기는 이른바 정보경제(ECONOMICS OF INFORMATION)의 혁명시대다. 디지털혁명의 시대다. 이제 세계는 단일망으로 연결되고 공통된 통신표준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종류의 정보가 공개되고 교류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터넷의 거리를 활보 하다 보면 공간과 국경의 개념이 사라진다. 공간과 시간이 순식간에 극복된다. 뿐만 아니다. 뉴욕, 도쿄, 프랑크푸르트를 잇는 세계 주가지수가 곧 탄생될 예정이다. 세계가 하나의 잣대로 평가되고 투자되는 시대에 돌입했다. 이는 국제간에 상품거래와 인력 자원의 이동은 물론 투자자본이 더욱 투명하고 자유롭고 활발하게 왕래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하나의 지구촌, 피터 드러커가 지적한 「글로벌화」다. 모든 자원과 정보의 이동에 있어서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기업도 극도의 아웃소싱으로 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급류를 타면서 공간경영(SPACE-BASED MANAGEMENT), 시간경영(TIME-BASED MANAGEMENT)과 정보경영(INFORMATION-BASED MANAGEMENT)은 미래경영의 징표가 되었다. 이러한 미래경영이 열리기 위해서는 여섯가지 기본적인 경영의 덕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경영의 투명성이 보다 철저히 강화되어야 한다. 99년말 「한국기업의 투명성이 더 나빠졌다」는 홍콩의 정치, 경제 위험도 평가기관인 PERC의 보고가 있었다. IMD자료에 의하면 금융산업 대외신인도 순위도 98년 45위, 99년 41위로 중국, 인도, 태국보다도 하위에 있다. 한국 기업들이 내놓는 재무제표나 회계장부를 믿지 못한다는 외국의 투자 전문가들의 통렬한 비판이 상존하고 있다. 정직성,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신뢰가 쌓여 시장경제는 작동되는 법이다. 아직도 부정적인 요소들에 의해 안타깝게도 국내외적으로 신뢰를 획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투명경영을 통해서만 건전한 사회, 존경받는 부(富)의 창출이 가능하다. 이것이 글로벌 규범이며 미래를 열어가는 기본 중의 기본덕목이다. 둘째, 기업은 그 사회 속에서 「더불어 함께」번영해야 한다. 국가와 기업의 경계가 유동적이고 보다 개방적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적 환경이다. 그 가운데서 「나의 이익」만 챙겨서는 공존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도 나만을 생각하고 팔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반발과 충돌뿐이다. 또한 기업도 부족한 이웃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셋째, 경영의 효율이 극대화해야 한다. 이제 특정 기업을 위해 국가가 보호막을 쳐주거나 외국의 경쟁기업을 규제할 수 없다. 오너의 아집과 노욕, 그리고 아마추어 같은 오너 2세의 취향에따라 비효율적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안된다. 국민에게 거대한 빚더미를 안겨주는 죄악이 될 뿐이다. 경영의 전문성을 토대로 기술과 경영의 혁신이 선순환되는 효율의 극대화가 글로벌시대의 기본덕목이다. 넷째, 이제 막 시작된 디지털혁명에 적극 참여하고 앞장서야 한다. 디지털 리더업체가 주도하는 산업의 재편 속에서 새로운 거래형태가 생겨나고 소비행태도 변한다. 이에따라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원투원 마케팅(ONE TO ONE MARKETING)을 통한 전자상거래에 부응한 고성장 상품의 개발이 긴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의 구조와 사고방식, 문화를 디지털 사회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다섯째, R&D(RESEARCH & DEVELOPMENT)뿐만 아니라 D&D(DESIGN & DEVELOPMENT)가 강화되어야 한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태양전지와 1MM이하의 로봇의 개발처럼 R&D는 경영에 있어 영원히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디자인개발(D&D)이 더욱 중요하다. 이제 디자인은 상품의 부가가치를 덧붙이는 게 아니라 상품의 생명을 좌우하는 핵심기술이다. 누드PC로 불리는 애플의 아이맥(IMAC)컴퓨터처럼 유연성과 창의를 통해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작업이야말로 디지털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유명브랜드 의류를 비롯한 각종 패션에서 창조적 문화가치를 생산하는 D&D가 바로 글로벌 기본덕목이다. 여섯째, 인간중심 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경영터전 위에서 책임과 보상이 뚜렷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구성원은 물론 사회를 위한 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의 창의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혁명, 정보통신혁명 역시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문명의 소산이기 때문이다./FILA코리아사장 입력시간 2000/03/2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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