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2월 20일] 해운업 구조조정, 신속하고 투명하게

노희영 기자(산업부)

정부가 19일 건설ㆍ조선업에 이어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이러다가 전부 망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던 해운업계도 일단은 한숨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건설ㆍ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해운업 구조조정대책 역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우려된다. 오랜 기간 동안 미분양 문제 등이 제기돼온 건설업과 달리 해운업은 단기간에 업황이 악화되면서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사실 170여개에 달하는 해운업체들 중 50위권 밖에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부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시간을 끌다가는 우량업체들까지 쓰러져 해운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배를 빌려 웃돈을 받고 배를 다시 넘기는 용대선 수입에 의존하는 업체들이 많다 보니 업황악화로 용대선 계약 하단부의 영세업체들이 부도를 맞으면 연쇄적으로 타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미 해운업 실태조사를 마친 만큼 하루 빨리 회생기업과 퇴출기업을 정해 우량업체들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 해운업의 특수성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하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해운업체들도 구조조정을 계기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영업전략을 세우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해운업은 업종 특성상 실물경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해운업계가 겪고 있는 유동성 문제를 무조건 외생변수인 경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앞서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몇몇 해운업체들이 눈앞의 경기호황에 현혹돼 무리하게 영업을 확장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 주도의 합리적이고 신속한 구조조정안과 함께 해운업계의 자구책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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