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뢰 추진부 뒷부분 '1번' 표기·화약성분이 '스모킹 건'

[천안함 北소행 공식발표] 北소행 결론 어떻게
파편 北 어뢰와 일치·잠수정 기동도 확인
연어급 잠수정 서해 우회 침투 발사 추정
합조단 가상실험 등 첨단기법 통해 증명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리는 데 가장 결정적인 물증은 프로펠러가 달린 어뢰 추진체 일부였다. 더구나 수거한 어뢰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 '1번'이라고 적힌 한글표기는 천안함의 침몰을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단정짓는 스모킹건(Smoking gunㆍ결정적인 단서)이 됐다. 군 당국은 그간 천안함 사태를 북한 소행으로 판단했지만 사건발생 한 달이 넘도록 '스모킹건'이 나오지 않아 애를 태웠다. 심증은 있는데 결정적인 증거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쌍끌이어선이 어뢰 추진체 일부를 수거하는 데 성공했고 민ㆍ군 합동조사단의 해외 전문가들이 북한의 연관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증명해냈다. 물론 합조단은 북한소행으로 결론 내리기까지는 ▦침몰해역에서 수거된 결정적 증거물 ▦선체의 변형형태 ▦관련자들의 진술내용 ▦사체 검안결과 ▦지진파 및 공중음파 분석결과 ▦수중폭발의 시뮬레이션 결과 ▦백령도 근해 조류분석결과 ▦수집한 어뢰 부품들의 분석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도출했다. ◇화약ㆍ산화알루미늄ㆍ어뢰 추진체 등 수거가 결정적=합조단의 과학수사 분과위는 천안함 선체와 절단면, 쌍끌이 어선이 수거한 어뢰부품에서 폭약 성분을 검출하고 이를 분석했다. 천안함의 연돌(연통)과 함미가 가라앉은 해저 모래에서 폭약의 폭발력을 높여주는 기폭제인 RDX라는 화약성분 검출에 성공했다. RDX는 기뢰에도 들어가지만 어뢰 폭발력을 높이는 데 주로 사용되는 화약성분. 선체와 연돌에 묻어 있는 산화알루미늄이 증거물(어뢰부품)에서 나온 산화알루미늄과 동일하다는 결정적 증거도 찾아냈다. 윤덕용 합조단 공동단장은 "어뢰 추진체의 하얀 물질이 폭발하면서 알루미늄이 산화돼 생긴 것"이라며 "그런 흡착물이 프로펠러와 증거물의 철 표면에서도 관찰됐다"고 말했다. 또 백령도 해상에서 수거한 어뢰 파편과 군이 확보한 북한의 훈련용 어뢰 재질과 같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이와 함께 어뢰 후부 추진체 내부에서 발견된 '1번'이라는 한글 표기가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 쓰인 '4호'와 표기방법이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결국 수거한 어뢰 추진체가 북한이 수출목적으로 배포한 어뢰(CHT-02D) 소개자료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북한 잠수정 기동도 확인=천안함을 향해 어뢰를 발사한 잠수함의 기동경로 및 북한군 통신감청을 분석해 북한의 소행임을 증명했다. 영국과 캐나다 전문가들이 여기에 합류했는데 이들은 천안함 침몰 전후로 북한의 상어급(325톤) 잠수함과 연어급(135톤) 잠수정이 기동한 정황을 확인했다. 연어급 잠수정은 지난 3월23∼24일 서해기지를 출발한 뒤 곧바로 잠항, 수중으로 은밀하게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남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동 중 노출을 우려해 서해 외곽을 우회해 침투한 것으로 파악했다. 침투에 성공한 연어급 잠수정은 공격을 위해 숨을 죽이고 있다가 정상적인 초계활동을 위해 백령도 인근 해상으로 접근한 천안함을 발견하고 어뢰를 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폭발유형 분석으로 어뢰공격 뒷받침=천안함이 외부 폭발과 함께 두 동강 나면서 급속히 침몰한 원인도 밝혔다. 천안함 선체의 변형 형태와 절단면 분석, 첨단기법인 시뮬레이션(컴퓨터 가상실험)을 통해 선체가 어뢰 공격을 받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천안함 좌현에서 어뢰가 폭발하면서 위로 솟구치는 폭발력과 정확한 폭발지점을 산출했다. 분석결과 고성능폭약 250㎏ 안팎의 음향추적 중어뢰가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수심 6~9m 정도에서 폭발한 것으로 판단했다. 폭발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를 규명해낸 것도 중요한 근거다. 천안함 침몰 초기 제기된 내부 폭발과 피로파괴, 암초 충돌설 등을 규명했지만 특히 해저 장애물과 천안함이 충돌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서해의 깊이와 바다 밑의 성질, 암초의 위치, 조류의 방향, 항로 표지, 연안의 약도 등 바다 상태를 적어 넣은 해도(海圖)를 미국으로부터 넘겨받아 분석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 끝에 천안함이 기동한 해저에는 암초 등 장애물이 없었으며 암초에 의해 좌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천안함이 충격파와 버블제트 효과로 침몰됐다고 밝혀냈는데 ▦천안함 생존자 대부분은 거의 동시에 1~2회의 폭음을 청취했고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는 진술 ▦백령도 해안 초병이 약 100m 높이의 백색섬광 기둥을 관측했다는 진술 ▦사체에 골절과 열창이 있었지만 파편상과 화상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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