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은행이 중소기업 등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보험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을 강매하는 이른바 ‘꺾기 행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강화됐다.
금융당국은 이런 시장 질서 교란 행위가 적발되면 민원발생 평가 등급도 하향 조정하고 테마 검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꺾기 규제 근거를 강화한 은행법의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개정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의 꺾기 행위는 대표적인 불합리한 관행으로 규제를 대폭 강화해 사실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내에 월 납입액이 대출금의 1%를 넘는 금융상품을 대출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꺾기’로 규정했다.
그러나 개정된 규정으로는 1개월 이내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에게 보험이나 펀드 등을 판매하는 경우 그 비율이 1%가 되지 않더라도 ‘꺾기’로 간주한다.
중소기업 대표자나 임직원, 그 가족 등 관계인에 대한 꺾기도 금지됐다. 기존에는 이들에 대한 금융상품 판매시 감독이 어려워 처벌되지 않았다.
은행이 상환 우선주를 보유한 기업 등에 대한 꺾기도 처벌된다. 상환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지만, 주주가 회사에 대해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주식이다.
이런 꺾기 행위가 적발되면 과태료가 대폭 부과된다.
기존에는 일정 기간 발생한 꺾기 전체에 대해 해당 은행에는 5,000만원(직원 1,000만원) 내에서 과태료가 부과됐다.
그러나 앞으로 꺾기 한 건당 적용되는 과태료 기준금액이 2,500만원(직원 250만원)으로 꺾기 금액이나 고의·과실 여부를 고려해 각 건별로 산정된 과태료가 합산 부과된다.
고객의 피해가 큰 보험이나 펀드 등에 대한 꺾기와 함께 상시 근로자 49인 이하의 영세한 소기업에 대한 꺾기에 대해서는 높은 과태료가 적용된다.
지난해 중소기업 359곳을 대상으로 한 꺾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4곳 중 1곳(23.7%)은 최근 2년간 꺾기 피해를 봤다. 특히 49인 이하 소기업(25.0%)이나 매출액 100억원 미만 기업(24.9%)일수록 피해가 컸다.
꺾기 상품(복수응답)으로는 예·적금(74.1%)이 제일 많지만, 보험·공제(41.2%)와 펀드(28.2%)의 비중도 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금융상품 구속행위 테마 검사를 벌여 국민·외환·광주·수협은행의 꺾기행위 113건(26억6,000만원)을 적발했다. 위반건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56건·14억6,000만원)은 ‘기관 주의’에 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3월부터 테마 검사와 기획검사를 강화해 꺾기 관행 근절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꺾기 행위로 인한 피해가 여전해 올해 테마 검사 등을 통해 은행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시행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꺾기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관련해 책임이 인정되는 금융사에는 민원발생 평가에서 불이익이 부과된다.
민원발생평가는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민원 예방 노력을 유도하고 금융소비자에게 금융회사 선택 정보를 주기 위해 2002년 도입됐다. 등급이 나쁠 경우 금융사 신뢰도 저하와 더불어 금감원의 집중 감시를 받게 된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