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동안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둔화속도가 완만하고 물가압력도 크게 줄어들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만간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었다. 하지만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국제유가, 상품가격 등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은 '마침표'가 아니라 '진행형'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FRB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줄어들어 금리동결 기간이 예상 보다 길어지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물가압력의 선제적 차단을 위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FRB는 21일(현지시간) 공개한 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통해 "FRB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며 근원 인플레이션이 하향 추세에 들어섰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최근 유가 및 집값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위노동비용 상승과 빠듯한 고용시장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 보다 수위가 올라간 표현이다. 이날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나의 선호 범위보다 높지만 FRB가 연방금리를 동결한 결정에 대해 지지한다"며 "하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에 FRB가 긴축기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FRB 내부에서는 경기둔화를 우려해 긴축중지를 요구하는 비둘기파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선시해 지속적인 긴축을 주장하는 매파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 전개됐지만, 올 들어 물가압력이 높아지면서 매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1월 CPI는 월가(街)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0.1%를 크게 웃도는 전월대비 0.2%나 올랐다. 지난 3개월간 연속적으로 0.1% 오름세에서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 CPI도 0.3% 상승해 월가 예상치인 0.2%를 웃돌았다. 금융시장은 FRB가 통화정책 변화없이 긴축기조를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월 이후 근원 CPI를 안정시켰던 요인들이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함에 따라 FRB가 긴축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가에서는 현재 CPI가 2.7% 수준으로 FRB가 안정범위로 생각하는 2%대의 상단을 차지하고 있어 FOMC가 경기 둔화보다는 물가압력 위험을 더욱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물가압력 우려로 인플레이션 헤징 수단인 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금 선물 4월물은 온스당 23달러 오른 684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7월 이후 최고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