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 중앙은행들과 싸우지 말라. 미국과 중국의 주가는 아직 싸고 상승장은 끝나지 않았다."(데이비드 테퍼 애팔루사매니지먼트 회장)
"채권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인 유럽 국채에는 (가격하락의) 쿠션(방어벽)이 사라진 상황이다."(레온 쿠퍼맨 오메가어드바이저스 회장)
4일(현지시간)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아이라 손 투자 컨퍼런스'에서 월가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들은 주식을 사는 대신 채권을 팔라는 조언을 일제히 쏟아냈다. 주식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지속에 힘입어 추가 상승이 기대되는 반면 미국·유럽 국채, 중국 회사채, 고수익·고위험 회사채 등 거의 모든 채권 가격이 꼭지에 이르렀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테퍼 회장은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4개 중앙은행이 자국 증시의 상승장을 떠받치고 있다"며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올해 연간 8~10%가량 오를 것"이라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중국 증시에 대해서도 하락 중인 기준금리가 주가를 떠받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퍼맨 회장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이나 10월쯤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주식 랠리를 멈추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게 경기 둔화의 신호로 해석되면서 약세장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연준의 금리인상 후에도 주가는 1년간 9.5% 상승했고 30개월간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채권은 고평가됐다며 투자 비중을 줄이라는 비관론이 터져나왔다. 스티븐 와이스 쇼트힐스캐피털파트너스 창립자는 "미국과 유럽 주식이 5~10%가량 조정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인 반면 채권 강세장은 명백하게 끝났다"고 단언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들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역시 "미 금리 수준은 바닥에 도달했다"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 국채는 물론 고수익·고위험 채권으로는 수익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이전의 저점인 2012년 7월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없고 BBB 등급 이하의 정크본드 채권은 전혀 싸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군들라흐 CEO는 "투자부적격 등급의 채권 가격 하락이 단기적이 아닌 몇 년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지만 연준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비중을 늘릴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 국채, 중국 회사채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컸다. 테퍼 회장은 "중국이 더 많은 부채를 발행하면서 기존 채권 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중국 회사채는 정말 끔찍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또 최근 가격이 야금야금 오른 원자재나 미 셰일 업체의 주식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데이비드 아이혼 그린라이트 회장은 "셰일 산업은 수많은 시추공을 뚫어 막대한 현금을 태우는 사업"이라고 비꼬았다.
이들 헤지펀드와는 달리 채권은 물론 주식·원자재 등 모든 자산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경고도 확산되고 있다.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그룹 매니저는 이날 투자가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35년간 이어진 주식과 채권 시장 슈퍼 사이클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부채로 부채 위기를 해소하려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시도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며 "신용에 의지한 자산 시장의 산소 공급이 소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세계적인 자산가인 스탠리 드루켄밀러와 조지 소로스, 레이 달리오, 제러미 랜덤 등 독보적인 투자가들이 자산 고평가와 거품을 우려하고 있다"며 "장기 강세장은 '펑' 소리(가격 폭락)가 아닌 '신음' 소리(순차적인 가격 약세)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컨퍼런스는 올해 20회째로 소아암 연구기금 모금을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재단이다. 올해도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12명이 각각 15분씩 자신의 투자 전략을 털어놓았다. 이들의 매수·매도 추천 종목이 실시간으로 전해질 때마다 관련 주가도 예년처럼 순식간에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