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양자·다자협상 용의"

김정일, 5일 訪北 원자바오 총리와 회담

김영일 북한 총리는 핵 문제 논의를 위한 양자ㆍ다자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4일 북한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에게 밝혔다. 이는 이에 앞서 지난 9월18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전한 것과 비슷한 취지의 언급이다. 이에 따라 김 총리의 이날 언급은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북한의 양자(북미)ㆍ다자협상 참여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 총리는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대한 공헌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ㆍ원 총리는 이날 오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가진 양국 총리회담 등에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5일께 원 총리와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돼 북한 양자ㆍ다자협상 참여시기와 다자협상의 구체적인 형식을 밝힐지 주목된다. 북핵 6자회담은 다자협상의 한 형식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열리지 않고 있으며 북한은 앞으로 6자회담에 절대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그동안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에 따라 다자회담 참가국과 회의방식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원 총리가 이날 오전11시 특별기편으로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 양국 총리회담을 갖는 등 2박3일간의 공식일정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순안비행장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나와 원 총리를 맞았다. 중국 총리 방북 때 김 위원장이 공항에 직접 나가 영접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김 위원장이 원 총리를 각별한 예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의 평양방문 이후 4년 만이다. 원 총리의 이번 방북은 북중 수교 60주년 기념행사 가운데 하나이며 김 총리의 3월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 원 총리는 이날 양국 총리회담에서 양국 무역ㆍ교육ㆍ여행 등의 분야에 관한 협력협정서에 서명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원 총리는 순안비행장에서 "올해는 중ㆍ북 수교 60주년이자 중북 우호의 해"라면서 "중국은 이번 기회에 중ㆍ북 우호관계가 계속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방북 기간에 북한 지도부와 중ㆍ북 관계 및 양국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기를 바란다"고 밝혀 북핵 협상 진전 기대감을 나타냈다. 북한의 신문과 방송 등 언론 매체들도 이날 일제히 원 총리를 "귀중한 친선의 사절"이라며 그의 방북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보도를 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국방위원장이 "조ㆍ중 두 나라 당과 인민들 사이에 맺어진 오랜 친선관계는 오늘 대를 이어 계속 줄기차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역사적 시기와 정치적 중요성으로 볼 때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며 "조ㆍ중 친선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의 방북에는 양제츠 외교부장,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장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천더밍 상무부장,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등이 수행했다. 이들 가운데 양제츠, 왕자루이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외교 수장이고 우다웨이는 북핵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이자 6자회담의 의장이어서 북한 핵 문제 등 동북아 안보와 관련한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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