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대 '바이오 금융'이 뜬다

통장·현금카드 없이도 지문·음성만으로 본인확인
일부銀 연내 서비스 계획… '보안'이 성패 좌우할 듯


김둘리(가명)씨는 현금이 필요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갔다가 체크카드를 놓고 온 사실을 알았다. 방법을 고민하다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그러자 개인정보 입력 없이 목소리로만 본인 확인을 해줬다. 김씨는 세상이 참 편리해졌다고 생각했다.

고객센터에서는 그에게 지문인식 전용 ATM을 이용하라고 알려줬다. 그는 일전에 지문정보를 은행에 등록한 적이 있었다. 마침 앞에 놓인 기기가 지문 전용이었다. 김씨는 지문만으로 본인 인증을 하고 현금을 찾으면서 또 한번 놀랐다.

머지않아 김씨처럼 지문·정맥 등 생체정보를 등록해 현금을 찾고 목소리만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한 세상이 열리게 된다. 시중은행들이 생체정보를 금융산업에 적용하는 일명 '바이오금융 서비스' 도입을 발 빠르게 검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핀테크(기술과 금융의 합성어) 활성화를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17개 은행과 금융결제원이 다음달 회동해 바이오금융 서비스 도입과 관련한 협의체를 꾸린다.

바이오금융 서비스는 금융거래 내지 본인 확인시 생체정보를 인증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바이오금융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2001년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때 지문으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2003년에는 통장·현금카드 없이 지문으로 입출금할 수 있는 ATM을 도입했다. 하지만 시장의 미성숙, 고객의 외면 등을 이유로 이내 철수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따른 본인 확인 대체수단 다각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으로 바이오인식 정보가 개인정보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게 돼 법적 장치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에서는 연내 지문정보를 활용한 ATM을 도입하거나 음성정보를 활용한 자동응답서비스(ARS)를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오가키쿄리쓰은행이 정맥만으로 현금인출이 가능한 서비스를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ATM에서 이용 가능한 정맥 본인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지금껏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성패는 결국 보안이다. 생체정보 유출은 주민등록번호·카드번호 등과 또 다른 파장과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바이오금융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보안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정보유출시 금융사에 더 큰 책임을 물도록 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수렴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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