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죽겠는데… 축포 터트린 日

'더블 악재' 한국 트리플 약세… '화끈한 돈 풀기' 일본 경제 희색
■ 희비 엇갈린 외환시장
한국 코스피 외국인 4일째 매도 이어
채권시장마저 추경 부담에 자금 이탈
일본은 닛케이 4년7개월만에 최고치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북한과의 양보 없는 대치전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는 '엑소더스 현상'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환시장은 물론 주식ㆍ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자금이탈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양적완화의 위력이 갈수록 강하게 발휘되면서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 목전까지 갔다.

한반도에서의 지정학적 위험과 일본의 양적완화라는 '더블 리스크'가 병행되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에 환율전쟁의 파고가 다시 한번 강하게 드리워지는 형국이다.

◇북ㆍ일 공동 위험에 한국 시장 '트리플 약세'=8일 서울 외환ㆍ채권시장에서는 세 가지 지표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외환시장의 경우 북한 리스크가 과거와 달리 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관계자들을 당황시키고 있다. 북한의 발언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전망' 자체도 의미가 없어져버렸다.

외환당국도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당국 입장에서는 변동성 자체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겠지만 엔화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달러 매도) 개입까지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달러 매도가 나온다고 해도 상단을 제한하는 수준일 뿐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이날도 4일째 매도행진을 이어갔다. 3일부터 나흘간 매도한 금액만도 이미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코스피지수는 올해 최저치 기록을 1,918.69로 다시 썼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자리를 지키던 채권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3포인트 오른 2.47%에 거래를 마쳤으며 5년물도 0.03포인트 상승한 2.54%에 마감했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1포인트 뛴 2.77%에 거래를 마쳤고 국고채 20년물은 전날과 동일한 2.99%로 마감했다. 김세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경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최근 강세를 보이던 단기물 금리도 약세로 돌아섰다"며 "최근 금리 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추경으로 인한 물량 부담 우려에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엔저에 일본 경제는 들썩=아베 신조 정권의 화끈한 돈 풀기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일본 경제에는 모처럼 화색이 돌고 있다. 8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4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일본 금융시장이 축포를 쏘아 올렸고 엔저 효과가 수출경쟁력에 반영되면서 일본 경상수지가 4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속보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6,374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비록 무역수지 적자액은 6,770억엔으로 8개월 연속 적자였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엔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하면 역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100엔대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불과 1~2개월 전 달러당 95~100엔을 내다보던 엔ㆍ달러 환율 전망치는 어느덧 100~105엔대까지 올라서고 120엔을 내다보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시라카와 히로미치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부장은 "본원통화 확대 등을 배경으로 1년 뒤에는 달러당 120엔 전후를 내다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사키 도오루 JP모건체이스은행 외환ㆍ채권부장은 최근의 엔저에 대해 "2000년대 전반 금리차를 이용한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던 당시를 연상시킨다"며 "지금의 엔저 '버블'이 앞으로 2~3년간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 회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가파른 엔저 현상에 대해 "너무도 급격하지만 (제조업 입장에서는) 이 정도 약세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더 이상의 약세에 대해서는 수입비용 증대로 기업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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