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기술로 지구촌 식량난 해결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8월호 www.popsci.co.kr

1. 해수 온실은 고가의 탈염설비 없이 바닷물을 농업용수로 전환, 불모지인 사막을 비옥한 농경지로 탈바꿈시킨다. 2. 로봇 농부는 작물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농가의 인력 부족을 해소할 수도 있다. 3. 농부들은 농경지에 매장된 토양 센서를 통해 농지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오늘날의 농작물은 국경이 없다. 유통과 운송기술의 발달로 전세계 어디든지 유통된다. 우리나라 역시 수입 농작물이 식탁을 점령한 상태다. 식량 자급도가 낮아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식량 자급도가 낮아진 현대사회에서 식량난은 결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한 국가의 식량난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달리 경작지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 이 난제를 타개할 제2의 농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유엔이 얼마 전 발표한 2008 인구예측보고서 수정판은 세계 인구가 올해 68억명에서 오는 2050년께는 90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구촌의 식량난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2050년까지 식량 생산량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리지 못하면 21세기형 신(新)기아민의 출현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는 육지의 41%, 경작 가능 토지의 80%를 이미 농경지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개발 열기에 밀려 매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정보기술(IT), 바이오테크놀로지(BT), 환경공학, 로봇공학 등의 기술을 활용해 작물 산출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첨단 과학농법의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해수 온실= 영국 시워터 그린하우스의 해수 온실은 이를 실현할 대표적 기술로 꼽힌다. 해수 온실은 명칭에서 연상되듯 바닷가에 온실을 만들고 해수로 작물을 기르는 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해수의 염분을 제거, 농업용수로 쓰는 데 있다. 이 같은 해수담수화 공정에는 바닷가의 풍부한 바람을 이용한다. 온실 주변에 바닷물을 끌어와 온실을 통과하는 바람의 습도를 높인 뒤 증발기와 응축기로 공기 중의 습기를 증발ㆍ응축시켜 민물을 얻는 것. 해수 온실의 최대 장점은 어디서든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만 있다면 사막을 농경지로 만들 수도 있다. 고가의 탈염시설이 필요 없어 건설비도 ㎡당 54달러로 저렴하다. 실제 이 회사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스페인의 그란카나리아, 오만의 무스카트 등 3곳에 파일럿 플랜트를 짓고 양상추ㆍ토마토를 기르며 기술 타당성을 입증해낸 상태다. 특히 씨워터 그린하우스는 현재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 해수 온실을 업그레이드한 8,000만유로 규모의 '사하라 포레스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해수 온실과 태양열발전소를 융합한 개념이다. 태양열로 해수를 가열, 고온의 증기를 얻기 때문에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하면서 대량의 민물까지 얻을 수 있다. ◇슈퍼 벼= (IRRI)에서는 세계인의 절반이 주식으로 삼고 있는 쌀의 증산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벼의 광합성 효율. 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광합성을 하는 C3 식물에 속한다. 하지만 이 같은 C3 식물들은 햇빛이 강하고 기온이 높으면 오히려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반면 옥수수ㆍ수수 같은 C4 식물들은 고온건조한 환경에서 C3 식물보다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로 더 많은 유기물을 만들어낸다. IRRI 연구팀의 목표는 C3 식물인 벼의 유전자를 조작, C4 식물의 광합성 기작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처럼 더 빨리, 더 크게 성장하는 슈퍼 벼가 개발되면 쌀 산출량을 50%가량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밀ㆍ콩ㆍ보리 등 다른 C3 식물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사하라사막 이남에서도 C3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로봇 농부= 2011년께는 사람 대신 로봇이 재배한 과일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봇연구소의 산지브 싱 박사팀이 얼마 전 미국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과수원용 로봇 농부의 현장실험에 나섰기 때문이다. 피츠버그의 한 과수원에서 성능이 검증되고 있는 이 로봇 농부는 고성능 레이저센서를 내장, 과수원을 돌아다니며 병충해 발생 여부와 과일의 성장 속도를 감지한다. 또한 과수원 지면에 설치된 센서들을 통해 광량, 온도, 토양 및 대기 습도 등의 정보를 수집ㆍ분석한 뒤 가지치기ㆍ간벌 등 필요한 작업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이 로봇 농부가 상용화되면 농촌의 인력난 해소는 물론 각 과수별로 정밀관리를 할 수 있어 수확량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샌디에이고의 비전로보틱스에서는 입체카메라를 사용해 과일의 위치와 크기를 파악하고 로봇 팔로 수확까지 할 수 있는 과일ㆍ채소 수확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농업에 IT·BT·환경공학등 접목
산출량 높이는 농법개발 나서 바닷물로 농사짓는'해수온실'
사막서도 재배가능한'슈퍼벼'
로봇농부 등 다양한 기술 주목
농작물에 대한 비료와 물 공급시기를 정확히 알려주는 아이오와주립대학 연구팀의 토양 센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토양 센서는 지하 30㎝ 깊이에 설치되며 다른 토양 센서와는 24~48m의 간격을 두게 된다. 그러면 토양 센서가 저주파 무선신호를 사용해 농가에 있는 컴퓨터에 토양과 관련된 데이터를 보내고 농부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비료와 물의 필요량 및 필요시기를 정확히 알게 된다. 이 외에 한번 뿌리면 1년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미생물비료 등도 미래의 식량난에서 인류를 구해줄 차세대 과학농업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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