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66세… "나이는 숫자일 뿐"

숙련된 기술·열정 앞세운 노익장에 정년 폐지·연장 中企 늘어

한국도자기 충북 청주 본사 공장에서 58세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 중인 한 직원이 도자기 표면에 유약을 바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도자기

자동차 내장재 전문업체 보원케미칼은 생산직 근로자 최고 연령이 71세다. 열 라미네이팅 기술자인 최해윤씨는 정년을 훌쩍 넘겼지만 올해로 21년째 근속하고 있다. 그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잔업도 마다하지 않고 오후8시에 퇴근해 작년 말 인사고과 평가에서 2등을 할 정도다. 허찬회 보원케미칼 대표는 "기술이 좋고, 건강하고, 어느 누구보다 늦게까지 일하니 연세가 많다고 내보낼 수 없는 우리 식구"라며 "매년 다른 직원과 동일하게 임금도 인상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60세 정년 시대를 2~3년 앞두고 있지만 중소업계에서는 정년이 숫자에 불과하다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근로자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60세, 70세가 넘어도 건강을 유지하면서 수십년간 쌓아 올린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굳건히 회사를 지키고 있다.

현재 58세 정년인 한국도자기는 전체 직원 중 10% 가량인 65명이 정년을 넘어 연장 근무하고 있다. 연령대는 59세에서 66세. 이미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도자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로 급여는 정직원보다 좀 적기는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직원도 퇴직 후 계속 일을 할 수 있어 윈-윈(Win-Win)사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년을 폐지 또는 연장하며 현재 정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중소기업들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사출성형기 전문업체 동신유압은 2년 전 전체의 10%인 15명을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며 정년을 연장했다. 규정대로라면 57세까지지만 굳이 숫자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60세를 넘어도 업무 수행력(퍼포먼스)이 평균 이상만 넘으면 굳이 내보낼 이유가 없다는 것.

김병구 동신유압 대표는 "그동안 쌓인 노하우라는 게 있고 매년 계약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년을 지난 분들이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한다"면서 "사무직도 나이가 찼다고 회사를 떠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듀오백코리아는 55세 정년을 넘긴 뒤에도 계속 일하는 직원이 2명이 생겼다. 17년간 근무하며 기계 설계 노하우를 갖고 있는 남성 직원과 11년간 조립업무를 맡았던 여성 직원이 그 주인공.

이러한 현상은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회사에서는 한창 일할 나이인 50~60대 근로자가 오랫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후배 직원에게 전수해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숙련인력 부족이라는 아픔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힘든 일,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풍토 때문에 사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기업들로서는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전통산업으로 젊은 층의 이동이 거의 없어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며 "산업기술 전수를 위해서는 직업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세제·재정 지원이라는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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